사회앵커: 박광온,최율미

[카메라출동]서울시 소방방재본부의 엉터리 수난구조정[김경태]

입력 | 2000-06-18   수정 | 200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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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출동 - 무용지물 구조정]

● 앵커: 카메라출동, 오늘은 서울시 소방방재본부의 엉터리 수난 구조정을 고발합니다.

수심이 얕은 한강에서의 구조활동을 하기 위해서 도입된 이 배가 어이없게도 수심이 깊은 바다에서 사용되는 배와 같은 구조로 설계되는 바람에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김경태 기자입니다.

● 기자: 서울시 소방방재본부 소속 수난 구조정, 한강에서 인명사고나 위급한 사태가 났을 때 긴급 출동하는 배입니다.

하지만 거의 1년 내내 선착장에 묶여 있습니다.

지난 1월 한강 유람선이 침몰한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전 구조정이 긴급 출동했습니다.

그때도 이배는 그 자리에 묶여 있었습니다.

● 한강유람선 선장: 구조작업 같은 것 하는 걸 못 봤다.

나타나지를 않는데 뭐…

● 기자: 여기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구조상의 치명적인 결함입니다.

수심이 깊지 않은 하천을 오가는 배는 밑바닥이 평평해야 합니다.

한강유람선의 밑바닥입니다.

평평합니다.

하지만 바다용 배의 바닥은 뾰족합니다.

파도를 헤치고 나가기 위해서입니다.

문제의 구조정 역시 바닥이 뾰족합니다.

이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깊이 가라앉습니다.

● 한강유람선 관계자: 평평해서 낮은데도 왔다갔다하고 그래야 구조에 효율이 있는데 일반 바다 배처럼, 경비선처럼 뾰족하면 어디 가서 얹히기 십상이다.

● 기자: 추진 방식도 문제입니다.

한강을 오가는 배는 얕은 곳에서도 걸리지 않게 스쿠류 없는 물 분사 방식을 택합니다.

하지만 이 구조정에는 바다에서 쓰는 스쿠류가 달려 있습니다.

결국 바다에 있어야 할 배가 한강에 떠 있는 상태입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구조정이 안전하게 뜨기 위해서는 수심이 2m는 돼야 합니다.

하지만 이 배는 처음부터 한강의 불규칙한 수심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한강의 몇 군데를 실제로 측정해 봤습니다.

제 키가 1m 78cm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한강물이 제 가슴팍까지 와 있습니다.

이 지점의 수심은 1m 20cm 정도입니다.

이 같은 곳이 파악된 곳만 300여 곳에 이릅니다.

게다가 홍수가 오고 나면 한강의 수심 분포는 완전히 뒤바뀝니다.

따라서 구조정이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지역은 전체 한강 유역의 1/3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같은 문제들은 96년 이 배의 건조과정에서부터 제기됐습니다.

● 조선소 관계자: 전문적으로 설명을 하니까 저쪽(소방방재본부)에서는 못 알아들어서, 그래서 유야무야됐다.

● 기자: 기술적인 조언은 묵살된 채 배는 완공됐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이 구조정이 한강에 들어온 첫날부터 터져 나왔습니다.

운항 첫 1년 동안 배 밑창이 강바닥에 부딪쳐 스쿠류가 부러지는 등 큰 사고만 2번, 작은 사고는 30차례 이상 발생했습니다.

● 수리담당자: 한강하면 치를 떨었다.

처음 3개월 정도는 거의 상주하다시피 했다.

● 기자: 소방방재본부측은 두 가지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우선 구조정 뒷부분에 달려 있던 무게1.

5톤의 기중기를 떼 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배의 무게를 덜기 위해서입니다.

이 때문에 강에 빠진 차량을 끌어올리는 이 배의 기능은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사고는 계속됐습니다.

그래서 내놓은 두 번째 대책은 이 구조정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나도록 이 같은 사실을 덮어두었습니다.

● 소방본부 관계자: 아무튼 뭐 맞습니다.

고칠 것 고치고 해야 되는데 잘 좀 부탁드립니다.

● 기자: 9억 4,000여만 원의 세금을 들여 지은 구조정은 오늘도 선착장에 묶여있습니다.

카메라 출동입니다.

(ikarous@mbc.co.kr)

(김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