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외교
앵커: 이인용,김은혜
79살 김장녀 할머니 50년만에 딸 부둥켜 안고 오열[김호성]
입력 | 2000-08-15 수정 | 200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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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보자 내 딸!]
● 앵커: 평양에서도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부둥켜 안은 채 반세기 생이별의 한을 풀었습니다.
특히 북에 남겨 두고 온 딸을 찾아 평양에 간 어머니, 이 모녀의 상봉은 가슴저민 이산의 아픔을 녹여내리는 듯했습니다.
평양공동 취재단의 김호성 기자입니다.
● 인터뷰: 어디 갔다 이제 왔어요.
● 기자: 기억할 수 없는 어머니의 얼굴, 그리고 아가의 모습으로만 남아 있는 딸에 대한 기억, 모녀는 마침내 바닥으로 쓰러져 부둥켜 안고 오열했습니다.
1946년 4살난 딸을 황해도 친정에 두고 남편과 춘천으로 온 뒤 전쟁이 터져 생이별을 한 79살 김장녀 할머니는 딸의 울부짖음에 그저 하염 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기억에도 없는 어머니의 얼굴이지만 살아생전 소원이 어머니라고 부르고 싶었다는 딸 앞에 김 할머니는 미안하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느냐는 말만 되풀이 했고 딸은 이어 부모님을 대신해 자신을 키워준 삼촌마저 세상을 떴다며 눈물을 그치지 못했습니다.
헤어질 당시 딸과 함께 두고 온 아들의 안부를 묻자 오빠는 전쟁 중에 죽었다며 딸은 또 한 차례 오열했고, 순간 김 할머니는 망연자실했습니다.
함께 월남한 남편마저 15년 전에 세상을 뜬 뒤 홀몸으로 살아온 김 할머니에게 딸은 54년만에 새롭게 찾은 혈육이었습니다.
부둥켜 안고 통곡을 한들 이산의 아픔이 온전하게 치유되기는 어렵겠지만 분단에서 화해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이들에게 오늘 밤은 평생을 바쳐도 아깝지 않은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평양에서 공동 취재단 김호성입니다.
(김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