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이인용,김은혜

아바이 마을 실향민들 아린 가슴 안고 상봉장면 지켜봐[최승규]

입력 | 2000-08-16   수정 | 2000-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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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땅 밟아봤으면]

● 앵커: 이번 방문단 명단에 들어가지 못했던 아바이 마을의 실향민들은 아린 가슴을 안고 상봉장면을 보고 있습니다.

서로 만난 이산가족들에 대한 연민과 부러움 속에 다음에는 꼭 자신들도 만날 기회가 올 거라는 희망을 키우고 있습니다.

강릉의 최승규 기자입니다.

● 기자: 함경도 피난민들이 모여사는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 이곳 실향민들은 어제부터 전국을 눈물바다로 뒤덮은 이산가족 상봉장면을 바라보며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을 함께 했습니다.

두고 온 가족과 떠나온 고향 생각에 어제와 오늘 사이에 느끼는 망향의 한은 주체하기 힘들었습니다.

● 여석창 (74살, 함남 신포 출신): 내 다음에 들어가면 무엇을 준비해 가지고 들어가겠다하는 것을 메모를 다 해 놨어요.

그리고 들어가면 무슨 얘기부터 해야 되겠다 하는 것은 머리 속에 구상을 하지만 그게 잘 떠오르지 않아요.

● 기자: 서울과 평양에서 꿈에도 그리던 가족을 만나는 사람들이 한없이 부러워 마음은 오히려 착잡해졌습니다.

● 오영준 (70살, 함남 이원 출신): 서로 부둥켜 안고서 눈물 흘리는 그것이나 똑같은 거죠.

막상 만나면 나는 더 할 것 같아…

● 기자: 하지만 이번 상봉을 지켜본 청호동 실향민들은 생전에 북녘의 가족을 꼭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합니다.

● 한창호 (74살, 함남 북청 출신): 받아주니까 가야지요.

받아 안 주면 희망이 없다고 하지만 받아주니까 얼마든지 갈 수는 있죠.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죠.

● 기자: 특히 이제는 이산가족의 발목을 묶었던 분단체제의 불신감을 씻고 두고온 가족을 혈육의 정으로 얼싸안고 죽는 날까지 함께 살고 싶다며 희망의 싹을 키웠습니다.

● 김태호 (78살, 함남 이원 출신): 아주 기쁨이라는 것은 말할 수도 없고, 눈물도 나고 고향 생각도 나고, 그러니까 지금 50년이라는 세월이 어떻다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 기자: MBC 뉴스 최승규입니다.

(최승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