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이번 이산가족 방북단의 지원단에는 고 장기려 박사의 아들 장가용 서울의대 교수와 소설가 이호철 씨도 포함돼 있습니다.
장 교수는 아버지 장기려 박사가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어머니를 만났고, 이호철 씨도 두 누이동생과 상봉했습니다.
박상후 기자입니다.
● 기자: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장기려 박사, 80 평생 북에 두고 온 아내만을 생각하며 재혼을 포기하고 오직 인술로 이웃사랑을 실천한 고 장기려 박사의 아들인 서울의대 장가용 교수, 장 교수는 오늘 오후 평양 보통강 호텔에서 아버지가 생전에 그토록 그리워하던 어머니를 3시간 가량 만났습니다.
● 장가용 교수: 어머니가 우시기만 했다.
조용하신 분이라 그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수 있었다.
● 기자: 100명의 이산가족들과는 별도로 방북 지원단의 일원으로 평양에 온 장가용 씨, 덧없는 세월에 그는 눈물조차 말라버렸습니다.
● 장가용 교수: 어머니가 이게 꿈이요 생시요 하면서 존대말을 하셨다.
● 기자: 같은 시간 소설가 이호철 씨도 8살 때 헤어져 이제 환갑을 눈앞에 둔 누이동생과 만났습니다.
● 이호철: 한두마디로 얘기할 수 없다.
여동생을 안고 울지 말자고 얘기했다.
● 기자: 지난 98년 상봉 직전에 사정이 생겨 동생 사진만 받고 돌아서야 했던 안타까운 기억에 누이와 쉽게 떨어지지 못했다는 이씨, 그는 자신도 상봉을 경험하고서 남북 화해 물꼬가 터졌음을 실감한다고 말합니다.
● 이호철: 두 정상한테 이런 패러다임, 새 패러다임을 열었다는 게 고맙고, 우리 동생, 어쨌든 나머지 여생 통일 위해서 애써달라 얘기를계속 강조하더라구, 물론 내 문학이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기자: 애써 눈물을 감춘, 상봉, 그 아픔을 통해 소설가 이호철 씨는 어느 새 자신의 소설 판문점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 이호철의 소설 <판문점> 중에서…: 사람으로 치면 가슴팩이에 난 부스럼 같은 거였다.
부스럼은 부스럼인데 별로 아프지 않은 부스럼이다.
아프지 않은 원인은 부스럼을 지닌 사람이 좀 불감증이라는데 있다.
● 기자: 어렵사리 가족을 만날 수 있었던 이호철 씨와 장가용 씨는 오늘 이루어진 이 기적같은 만남을 기리기 위해 의형제를 맺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