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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눈] 닭 값 하락하는데 치킨 값은 '미스터리'

입력 | 2016-03-25 22:40   수정 | 2016-03-2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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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주말 저녁, 바삭바삭 고소한 치킨 한 마리 생각나는 때죠.

우리 국민들이 하루에 먹는 치킨만 80만 마리.

피자도 자장면도 못 당하는 배달 음식 부동의 1위고요.

치킨에 하느님을 더해 치느님, 할렐루야를 합쳐 치렐루야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입니다.

인터넷에서 치킨은 ′맛있다′, ′좋다′, ′고맙다′처럼 주로 행복감과 관련된 단어와 함께 언급된다는 빅데이터 분석결과도 있습니다.

◀ 앵커 ▶

전기 오븐 속 통닭 기억하십니까.

1960년대 등장한 전기구이, 연말연시 가족선물로 챙기라고 할 만큼 인기였습니다.

70년대 식용유가 보급되면서 곳곳에 통닭집이 들어섰고요, 80년대에는 양념 통닭이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뭐가 더 맛있을까 하는 고민에 ′양념 반 프라이드 반′이라는 말도 유행했죠.

2000년대 들어서 본격적인 치킨시대가 열렸습니다.

간장 양념 통닭은 물론이고 파를 썰어 올린 치킨까지 치킨의 춘추전국시대라고 할까요.

지금은 프랜차이즈만 2백 50여 개, 치킨집은 3만 6천여 곳에 달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이렇게 경쟁이 심하면 가격이 내려갈 만도 한데 치킨 값은 계속 오르고요.

닭을 키우는 양계의 농가는 울상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나세웅 기자 설명을 들어보시죠.

◀ 리포트 ▶

육계 6만여 마리를 키우는 충남 아산의 한 양계 농가입니다.

한 마리에 5백 원 주고 들여온 병아리에 백신을 맞히고 사료를 먹여 한 달을 키웁니다.

첫 2주간은 농장 온도를 35도로 유지해 줘야 합니다.

기름 값도 추가돼 생산 원가는 2천 원에 육박합니다.

[김찬우/양계 농민]
″지금 상태에서 출하를 하면 한 7백만 원 정도 마이너스(적자)가 나옵니다.″

1.5kg짜리 다 키운 육계 가격은 한 마리 2천 원 안팎.

인건비도 못 건질 상황이 되자 아예 계사를 비워버렸습니다.

[김명기/양계 농민]
″사실 농가에서 떠 가는 건 지금 (1킬로그램에) 1천2백 원, 1천1백 원 이렇게 디씨(할인)해서 떠 가기 때문에 도저히 수지 타산을 맞출 수가 없습니다.″

지난해 도축된 닭은 9억 6천만 마리로 역대 최대입니다.

가격은 평년보다 17%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마릿수는 줄지 않습니다.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대형 계육 유통업체들은 점유율 하락을 막기 위해 오히려 생산량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습니다.

대형 업체 위탁 양계농가는 생산비도 안 나오는 닭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키우기도 합니다.

[이홍재/대한양계협회 부회장]
″(업체들이) 편법으로 사육 보수를 감액하고, 영세업체하고 계약한 농가들은 부도 피해를 입는다든지…″

◀ 앵커 ▶

이렇게 농장에서 기른 닭은 사전에 계약을 맺은 대형 가공업체나 유통업체에 팔려나갑니다.

요즘은 보통 한 마리에 1천5백 원에서 2천 원 수준이고요.

유통업체들은 닭을 도축, 가공해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에 넘기는데 이때 가격이 3천1백 원 정도입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여기에 한 마리 2천 원 정도를 더 붙여 가맹점에 넘깁니다.

그러니까 가맹점, 즉 치킨집은 한 마리 5천 원 안팎에 사온 닭을 요리해서 손님에게 1만 5천 원에서 2만 원에 파는 겁니다.

그럼 닭을 5천 원에 사와서 2만 원에 파는 치킨집은 큰돈을 벌고 있을까요?

계속해서 보시죠.

◀ 리포트 ▶

서울에서 작은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 모 씨.

닭고기 값이 떨어졌지만 벌이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닭 한 마리에 6백 원씩 임가공비를 추가로 내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제공받는 닭고기 품질은 더 나빠졌다고 말합니다.

[김 모 씨/치킨집 운영]
″닭이 들어왔을 때 피멍이 들고 품질이 나빠서 여러 번 이의 신청을 했습니다.″

닭고기는 물론 양념과 반죽까지, 본사가 주는 제품을 쓰지 않으면 계약 위반.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도 구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 모 씨/치킨집 운영]
″원재료 올라가고 부재료 올라가고 전기, 모든 것이 올라가다 보니까 이런 현상이 생기는데…″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유명 연예인을 쓴 광고 등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고, 닭값 변동도 있어 하락분을 바로 반영하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김선명]
″시장에서 파는, 개인 사업자분들이 하시는 치킨에 비해서 너무 비싸서…″

◀ 앵커 ▶

2만 원에 육박하는 치킨 값의 범인, 닭이 아니었습니다.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내는 닭값은 5천 원이지만, 반죽과 양념값, 배달비용까지 하면 1만 원이 넘고요.

여기에다 인건비나 임대료를 고려하면 1만 5천 원이 훌쩍 넘어가는 겁니다.

◀ 앵커 ▶

그렇다면, 이 과정을 쏙 빼고 닭만 튀긴다면 어떨까요.

좀 더 싸게, 치킨의 맛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조재영 기자가 소개합니다.

◀ 리포트 ▶

잘 달궈진 가마솥에서 노랗게 튀김 옷이 익고, 능숙한 손놀림에 따라 닭 한 마리가 바삭하게 튀겨집니다.

30년 넘은 이 통닭집에서는 하루에만 치킨 5백 마리가 팔립니다.

[정준영]
″일반 치킨보다 양도 많고 그다음에 맛도 맛있고 일주일에 한 두세 번 정도는 오는 것 같아요.″

하나 둘 자리 잡은 통닭집 덕분에 후미진 전통시장 골목은 유명한 통닭 거리, 전국에서 찾아오는 명소가 됐습니다.

[박인자]
″소문 듣고 용인에서 통닭 먹으려고 왔어요. 바삭바삭하고 느끼하지 않고…″

닭고기 양은 프랜차이즈 업체보다 더 많지만 가격은 더 저렴합니다.

[한장섭/통닭집 운영]
″도계장 내지는 대리점에서 직접 가져오기 때문에 푸짐하고 싸게 공급을 할 수 있습니다.″

◀ 앵커 ▶

제값도 못 받는 닭을 키우며 울상인 양계농가들.

닭값이 내린 만큼 치킨을 더 싸게 팔아 소비라도 늘리자고 호소하지만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답이 없습니다.

아쉬울 게 없기 때문이겠죠.

소비자들이 비싼 치킨 안 사먹겠다고 나서면 답을 할까요?

<앵커의 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