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양효경

[문화인물] '백발의 투사'가 건넨 위로…"같이 울어 줄게"

입력 | 2019-03-17 20:31   수정 | 2020-01-2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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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백발의 투사′로 불리는 재야 운동의 큰 어른이자 이야기꾼인 백기완 선생이 병상에서 써 내려간 장편 서사가 출간됐습니다.

세월호 아이들을 위해 쓴 그의 시 11편도 음악극으로 무대에 오릅니다.

양효경 기자가 만났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 심장병으로 큰 수술을 받은 선생은 수척해진 모습이었습니다.

[백기완/87살,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건강은 좀 어떠세요?)
″한 마디 문학적으로 얘기할께. 난 그저 죽기 아니면 살기야.″

9시간이 넘는 수술을 견뎌낸 뒤 병상에서도 놓치 못했던 글입니다.

머슴의 아들 ′버선발′이 역경을 딛고 저항 끝에 일궈낸 땅을 모두 나눠 준다는 이야기입니다.

′니 거, 내 거가 없는 세상′

선생이 한평생 추구한 세상이 녹아 있습니다.

[백기완/87살,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그냥 태어났으니까 살라고 그러면 안 되잖아. 사람답게 살고자 하잖아.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리해서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 사는 거 이게 사람의 삶이야.″

그는 민초들의 삶을 그린 시인이자 소설가입니다.

[백기완/87살,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살다보면 슬프잖아. 글로 적고 싶은 생각이 있잖아. 그게 시가 되는 거야. 기쁨이 있잖아. 그걸 객관화하고 싶잖아. 그것도 시야. 내가 시인이 아니라니까. 사람이 다 시인이지.″

한자어와 외래어는 쓰지 않습니다.

달동네, 새내기 같은 말을 처음 만들어 썼고, 달그럴, 사그런히, 니나, 땅별 등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가 쓰던 말을 되살렸습니다.

[백기완/87살,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그게 더 예쁘다는 얘기지. 우리 삶을 닮은 말이거든.″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분노, 故 김용균 씨를 향한 슬픔도 모두 시가 됐습니다.

오는 5월 음악극으로 선보일 <쪽빛의 바다>는 세월호 유족들 곁을 지키며 썼습니다.

[백기완/87살,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썩은 물을 자꾸 걸러내면 그것이 맑은 물 다시 말하면 쪽빛이 되는 거야. 잊어버리지 말자 기억하자 그거 가지고는 안 돼. 책임을 지라고 들고 일어나는 것이 바로 우리의 마음이야. 그 마음이 쪽빛이라니까.″

팔십년 넘도록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의 곁을 지켜 온 그는 건강이 나빠진 지금도 그들과 분노하고, 그들을 위로합니다.

[백기완/87살,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이 세상을 사는 게 다 소화가 안 돼. 라면 먹은 것 같아. 민주화가 됐다 그래도 찍어 누르는 것 같아. 같이 울어주는 거지. 힘이 있어 뭐가 있어.″

MBC뉴스 양효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