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홍신영

[문화인물] '소극장 사장' 내려놓는 윤석화…"아듀 '정미소'"

입력 | 2019-05-19 20:31   수정 | 2020-01-2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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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20년 가까이 대학로의 터줏대감으로 실험적인 연극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 온 극장 ′정미소′가 경영난으로 폐관됩니다.

이 곳을 이끌어 온 배우 윤석화 씨가 마지막 무대를 준비 중인데요.

홍신영 기자가 만났습니다.

◀ 리포트 ▶

<19 그리고 80>, <서안화차>.

17년 간 다양한 실험작들이 <정미소>를 거쳐 갔습니다.

지난 2002년 배우 윤석화가 낡은 목욕탕 건물을 고쳐 만든 무대.

′쌀을 찧어내듯 예술의 향기를 피워내자′는 뜻을 담아 ′정미소′라 이름 지었습니다.

′극장장 윤석화′, 모두가 만류한 일이었습니다.

[윤석화/배우]
″(연극 연출가) 임영웅 선생님께서 자신이 극장(′산울림′) 운영을 하고 계시니까.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아시니까 굉장히 말리셨어요. 도대체 왜 극장을 하려고 하느냐…″

후배들에게 길이 되어 주고 싶었습니다.

[윤석화/배우]
″하고 싶은 작품이 있어도 극장이 없어서 못 하거든요. 극장 없어서 쩔쩔 매는 후배들 좀 지원도 해주고…″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윤석화/배우]
″항상 돈은 못 벌죠. 정말 늘 앵벌이하고 산 것 같아요. 물론 저의 부족함도 있었겠고… 선진국의 시스템 같은 걸 보면 조금 우리는 언제나 저렇게 될까…″

결국 계속되는 경영난에 문을 닫게 됐습니다.

[윤석화/배우]
″공연을 안하려고 했어요.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잘했든 못했든 고생도 많았고 그만큼 보람도 있었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그걸 놓고 가는 마음이 아프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정말 시원해요. 정말 배우로만 살고 싶고요.″

정미소와의 작별 무대를 준비 중입니다.

모노 드라마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1992년 초연 당시 10개월 동안 매진 행렬을 기록했던 그의 대표작입니다.

내년 런던 공연도 예정돼 있습니다.

이제는 배우 윤석화로 새로운 정미소를 찾겠다고 말했습니다.

[윤석화/배우]
″어디든 제가 연극을 하는 곳이면 또 ′정미소′라고 저는 우기고 싶어요. 어쩌면 제 나이 한 칠십이 또 넘었을 때는 시골에 어느 정미소 공간을 제가 극장으로 쓰고 있을지도 모르겠죠.″

″그 누구도 우리의 시간을 가져갈 수 없어. 그 누구도 우리의 시간을 흔들 수 없어.″

MBC뉴스 홍신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