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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아
[다시간다] '막도장'만 찍으면…"이제부터 이 차는 제 겁니다"
입력 | 2019-12-25 19:55 수정 | 2020-01-2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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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인권사회팀 조명아 기자입니다.
지난 2011년, <뉴스데스크>에선 남의 차량을 가져다 몰래 명의만 바꾼 뒤 팔아 넘기는 사기 범죄를 고발했습니다.
인감증명서만 구해서 내면 지자체에선 별다른 확인도 없이 명의를 변경해주는 허점이 있었던 겁니다.
[지난 2011년 9월 6일 뉴스데스크]
″이 차는 이제 제 겁니다. 제 마음대로 팔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8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어떨까요.
다시 가보겠습니다.
지난 8월, 경북 안동의 한 사무실, 30대 A 씨는 자신이 몰던 2억원짜리 수입차를 팔려고 내놨다가, 한 중고차 매매업자를 만났습니다.
이 업자는 계약서를 쓰면서 성능 검사를 미리 해야 한다며, 차량등록증과 인감증명서를 요구했습니다.
[A 씨/중고차 사기 피해자]
″차량 성능 검사를 하겠다고 하면서 한 시간 두 시간 정도 시간을 끌면서 이걸 잠깐 가지고 있겠다.″
그런데, 업자 김 모씨는 한 달이 지나도록 계약금도 주지 않고 시간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A 씨는 중고차 매매사이트에 자신의 차량이 다시 매물로 나온 걸 발견했습니다.
매매가 끝난 것도 아닌데 차량 명의는 이미 바뀌어 있었습니다.
[A 씨/중고차 사기 피해자]
″적은 금액이 아닌데…그 금액을 모으는데 어떤 시간과 노력이 들었는지가 파노라마처럼 지나갔습니다.″
김 씨에게 차량 명의를 빼앗긴 피해자는 한두 명이 아니었습니다.
[B 씨/중고차 사기 피해자]
″성능 점검을 하려면 서울로 차가 가야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상황에서 자기는 인감(증명서)하고 계약서는 챙겨놓은 상황이었고.″
김 씨는 어떻게 제멋대로 명의를 바꿀 수 있었을까요?
취재진이 직접 시도해봤습니다.
먼저 취재진 한 명으로부터 차량등록증과 인감증명서를 건네 받았습니다.
′자동차 양도증명서′엔 차량을 10만원에 거래한다고 터무니없는 가격을 적었고, 인감 대신 6천원짜리 막도장을 새겨 찍었습니다.
한 구청의 자동차등록과로 찾아가 명의 변경을 신청했습니다.
인감 도장은 필요 없었고, 양도증명서 내용은 확인도 하지 않습니다.
[구청 담당자]
″혹시 000님 도장 없으시죠?″
차량 명의를 바꾸는 데 걸린 시간은 단 6분.
[구청 담당자]
″이전됐고요. 보고 맞으시면 7번 창구에서 세금 납부하시면 됩니다.″
이제부터 이 차는 제 겁니다.
8년 전과 마찬가지로, 차량 주인의 동의나 인감 도장도 없이 등록증과 인감증명서 만으로 명의를 바꿀 수 있었습니다.
전국의 지자체마다 상황은 비슷합니다.
[00구청 관계자]
″인감 도장이 아니어도 상관 없어요. 국토부에서 그렇게 지휘가 와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실제 ′자동차 등록규칙′을 보면, 양도증명서에 반드시 인감을 찍으라는 언급은 없습니다.
중고차 매매업자 김 씨는 이 허점을 노리고 고급 외제차만 골라 명의를 가로채왔던 겁니다.
지금까지 서울과 부산, 강원 등지에서 확인된 피해 금액만 10억원에 달하면서 인천지검이 직접 수사하고 있습니다.
피해가 잇따르자 국토교통부는 양도증명서에 인감을 찍지 않았을 경우, 등록관청에서 판매자의 의사를 확인하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부실한 행정 절차를 노린 범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시간다, 조명아입니다.
(영상취재: 고헌주 / 영상편집: 장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