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필희

"정치적 피난처" vs "범죄 소굴"…텔레그램 두 얼굴

입력 | 2020-03-27 20:15   수정 | 2020-03-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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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집단 성 착취 영상 거래 사건과 관련해서, 텔레그램이 범죄 정보를 수사 기관에 넘기지 않자, 네티즌들 사이에서 텔레그램 탈퇴 운동까지 시작됐습니다.

일종의 불매 운동인 셈인데, 문제는 텔레그램의 경우, 처음부터 돈을 벌 목적으로 개발이 된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해법이 있는 건지, 텔레그램을 둘러싼 논란들을 이필희 기자가 짚어 봤습니다.

◀ 리포트 ▶

인터넷 공간에서 텔레그램 탈퇴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지난 수요일에 이어 이번주 일요일 동시 탈퇴로 텔레그램의 수사 협조를 이끌어내자는 운동입니다.

[텔레그램 탈퇴운동 운영진]
″청소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텔레그램이 지금 저희 수사 기관 협조에 불응하고 있어서…″

그러나 쉽지 않아 보입니다.

텔레그램은 러시아의 저커버그라고 불리는 억만장자 파벨 두로프가 2013년 독일에서 개발했습니다.

출발부터 돈 벌 목적이 아니라, 푸틴 정부에 맞서 ″검열받지 않을 자유″를 내세웠습니다.

그래서 작년 홍콩 시위 때도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시민 13만 명이 텔레그램 채널에 모였습니다.

한국에서도 2014년 검찰의 카카오톡 검열 논란 때 사용자들이 대거 텔레그램으로 망명했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 점 때문에 범죄 도구로도 이용됩니다.

IS 테러범들이 테러를 모의했고, 아동 성학대와 성매매 채널도 성행하고 있습니다.

텔레그램은 신고 센터를 운영하며 이런 채널을 매일 2-300개 씩 삭제하고 있지만, 사용자 정보를 넘기라는 각국 수사기관의 요구는 거부하고 있습니다.

[파벨 두로프/텔레그램 개발자(2016년 CNN 인터뷰)]
″테러범을 뺀 나머지에게만 안전한 메신저 기술이란 없습니다. 안전한가 아닌가 둘 중 하나입니다.″

비슷한 논란은 애플도 겪었습니다.

2016년 미국 법원이 테러범의 아이폰 잠금을 풀어달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애플은 거부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선택했습니다.

텔레그램이 협조하지 않는다고 수사가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암호화폐를 쓰더라도 돈이 오간 범죄행위라면 인터넷에 흔적이 남기 때문입니다.

다만 어렵고 시간이 걸립니다.

[김승주/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법 제도를 정비해서 형량을 높이는 건 기본이고, 일단 우선적으로 해야 될 거는 수사기관의 기술력이나 인력을 좀 확보하도록 해줄 필요가 있어요.″

텔레그램이 아니더라도 악질적 범죄 행위는 소라넷에서 웹하드로, 텀블러와 디스코드, 다크웹으로 장소만 바꿔가며 계속됩니다.

전문가들은 국제 협력과 사이버 수사역량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MBC뉴스 이필희입니다.

(영상편집: 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