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염규현, 남형석

[선택2020] [로드맨] "또 왔어요"…수십 년째 '지박령' 공약들

입력 | 2020-04-05 20:32   수정 | 2020-04-0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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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맨 ▶

길 위에 답이 있다 로드맨입니다.

매년 총선 때마다 되풀이되는 공약들이 있습니다.

주로 대규모 개발과 관련된 것들인데요.

길게는 수십 년째 지켜지지 않고 있는 공약들.

왜 후보들은 이번에도 약속했을까요?

처음 온 곳은 인천 부평갑 선거구입니다.

이곳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의 대표적인 공약이 바로 이 일대 경인전철을 지하화하겠다는 겁니다.

(인천에 출마하는 대다수 후보의 공약에 포함된 ′경인전철 지하화′)

주민들이 좋아할 것도 같은데, 오히려 반응이 차갑습니다.

[박종인/인천 부평갑 유권자]
″지하화한다는 소리가 지금 한 몇 년 됐어요. 나온 지가. 선거 때만 되면 이렇게 공약이 나오는데.″

[이석순/인천 부평갑 유권자]
″국회의원들이 그걸 할 수 있는 일인가요? 시장도 그렇게 했다가 접은 사업을. 계속 그렇게 속아왔으니까.″
(″누구를 지지하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계세요?″)
″생각 안 했어요. 사실은 나 집사람한테도 얘기 안 해요, 그런 건.″

알고 보니 지난 2012년 총선부터 이 지역 후보들의 단골 공약이었지만, 10년 가까이 계획조차 수립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국토부 역시 ″2040년 국토종합계획과 국가철도망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후보들은 저마다 ′이번에는 다르다′고 호소합니다.

[이성만/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인전철 지하화는)실현가능성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제가 낸 공약은 뭐냐면 우리 부평역 주변으로만 따지면 토지 지가가 인천에서 제일 비쌉니다. 부평에 있는 구간만 지하화하려고 하고, 그 지상을 중심 상업지구로 개발을 해서.″

[정유섭/미래통합당 후보]
″2026년까지 GTX-B가 돼야 합니다. 그래서 다른 교통 분산이 돼야 해요. (그러면)선로 2개만 해도 되는 거예요. 비용이 3분의 1로 떨어집니다. 그러면 과거에 우리가 8조 이랬던 게 3조로 떨어질 수 있어요.″

이번에는 양산을 선거구에 왔습니다.

이곳에서도 1,2위를 다투는 후보들이 공통으로 내 건 공약이 있습니다.

바로 이 도로를 지나는 광역철도를 놓겠다는 겁니다.

(부산 지하철 종점과 울산을 잇는 철도가 양산을 거치도록 하겠다는 공약)

하지만 이 공약 역시 25년 넘게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8년 전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사업 기준인 1에 크게 못 미치는 0.38을 받은 사업입니다.

후보들은 어떤 입장일까요?

[김두관/더불어민주당 후보]
″제가 이미 김포에서 지하철 두 개 노선을 2030 국토종합계획에 반영한 경험이 있습니다. 실제 철도 시대를 열면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나동연/미래통합당 후보]
″B/C(경제성)가 앞으로 많이 높여질 수 있는 그런 상황도 됐고, 또 울산 쪽에서도 이번에는 필요성을 느낍니다. 예비타당성 검토를 얼마큼 빨리 당겨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김도연/경남 양산을 유권자]
″저번에 선거 후보들도 나와서 몇 번 그걸 공약을 했는데 실행이 안 되고.″

[김유정/경남 양산을 유권자]
″공약은 그냥 선거를 위한 하나의 미끼라고 생각해요. 일단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가 없는 거죠.″

◀ 팩트맨 ▶

입법부 대표를 뽑는 선거에 개발 공약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지난 20대 총선 공약들을 살펴볼까요?

개발과 관련한 재정 공약이 60%를 차지했습니다.

국회의원은 예산을 심의만 할 뿐 조정할 권한도 없어서, 이런 개발 관련 공약들을 직접 실행시킬 당사자가 아닌데도 말이죠.

정작 본업인 입법 공약은 15% 정도 내는 데 그쳤습니다.

이렇다 보니 공약 이행률은 반도 못 미쳤고요.

이행이 돼도 막대한 재정이 들어서 오히려 더 문제인 경우도 많았던 겁니다.

그런데 이런 선심성 개발 공약에 유권자들이 두 번 속진 않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 18대 총선, 서울에서 너도나도 ′뉴타운 공약′을 내걸었는데, 그들의 재선 성적표를 볼까요?

60% 넘게 떨어졌습니다.

허황된 개발 공약은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개발 공약이 쏟아지는 이유.

어쩌면 유권자도, 일부 책임이 있지 않을까요?

◀ 로드맨 ▶

여기는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입니다.

이곳 유권자들은 어떤 공약에 관심 있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이낙연/더불어민주당 후보]
″이 방송통신대학을 평생 교육의 중심지로 만들겠다.″

[황교안/미래통합당 후보]
″봉제 산업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봉제 산업 특구를 만들어서.″

(주민 찾아 삼만 리)

[김춘석/서울 종로 50년 거주]
″요즘에 좀 바쁘다 보니까 공약을 살펴보지는 못했어요.″

[이동재/서울 종로 34년 거주]
″홍보물 나오면 딱 모아놨다가 제대로 지켜지나 안 지켜지나 국민의 눈으로 한 번 봐야지 하면서도.″
(″냉장고에 자석으로 딱 붙여 놓으셨구나?″)
″아니. 그렇게 해야지 하면서 맨날 지나갔다고.″

선거운동원들에게도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운동원]
(″대표 공약이 뭔지 아세요?″)
″잘 몰라요. 경제, 뭐… 경제…″

[미래통합당 선거운동원]
(″공약이 뭔지 좀 여쭤봐도 될까요?″)
″못 외웠네. 어떡하지?″

공약을 제대로 아는 사람을 찾기 힘든 이상한 선거.

유권자들만의 탓일까요?

서울 동대문을 선거구에 왔는데요.

총선 한 달 전까지도 여야의 후보가 확정되지 않았던 곳입니다.

[하정문/서울 동대문을 유권자]
(″이번에 여기 지역구에 후보 혹시 누군지 아십니까?″)
″솔직히 잘… A의원 컷오프된 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나온 건 아십니까?″)
″그것까진 모릅니다. 다시 나오셨나요?″

[이용훈/서울 동대문을 유권자]
″적어도 한 3개월 전에는 (후보를)알아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선거 한 달 전까지도 후보가 정해지지 않았던 선거구는 전체의 20%가 넘습니다.

게다가 거대 양당의 정책공약집은 선거를 불과 20일가량 앞두고 나왔습니다.

[이광재/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결국 이렇게 늦은 공천, 늑장 공천이면 유권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하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조건이 되는 거죠. 외국의 경우에는 대부분 선거운동들이 자기 공약을 알리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 선거운동 같은 경우에는 대면 접촉 코스프레. 서민 코스프레나 방역 코스프레 하는 것으로 많이 경도되어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굉장히 후진적 정치인 거죠, 결국은.″

공약은 대개 세금을 쓰겠다는 것들이 많습니다.

내 돈 대신 쓸 사람을 고용하려면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고, 또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고용주로서 과감하게 해고해야 하지 않을까요?

잊지 마십시오. 선거는 유권자가 갑입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