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허현호

성추행범인데…'기부천사'라 해촉 못한다?

입력 | 2020-08-31 20:36   수정 | 2020-08-3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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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법무부 산하 기관의 명예 위원장이면서, 지역 사회에서는 ′기부 천사′로 알려져 있던 한 50대 사업주가 아르바이트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최근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해당 기관이 1심 판결 만으로는 직을 박탈할 수 없다는 입장 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허현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전주에서 건강식품 매장을 운영하는 55살 A씨.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최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지난 2009년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미성년 피해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인정된 건데, 피해자는 11년 동안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피해자 B]
″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저도 모르게 이게 각인이 된 것 같아요. (엘리베이터에) 모르는 사람이 들어오면 내렸다가 다시 타고…몰랐는데 이게 대인 기피증이라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가해자인 A씨는 지난 5월 재판이 진행 중인 시점에서 또 다른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추가 고소당했습니다.

[피해자 C]
″저는 (가해자를) 도와주려고도 했고, 탄원서도 써주려고 그랬고, 정말 그랬거든요. 믿고…아차 싶은 거 있죠. 그 아이는 얼마나 어려웠겠어요. 이 사람은 이렇게 늘 이런 식으로 행동하며 다녔겠구나…″

문제는 가해자가 법무부 산하 기관인 법무보호복지공단 전북지부의 운영위원장을 여전히 맡고 있다는 겁니다.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해 출소자를 대상으로 각종 기부 활동을 하고 있다며 재판 중에도 지역 언론에 수차례 보도되기까지 했습니다.

집행유예형 선고에도 공단 측은 1심 판결만으로는 죄가 확정된 게 아니라며 해촉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법무보호복지공단 전북지부 관계자]
″봉사활동을 하고 계신데, 예를 들어서…이게 쉬운 봉사활동도 아니고, 출소자들 (지원) 해주시는 분이에요. 근데 왜 굳이 아직 죄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방송국에서 와서 이렇게 하는지…″

전주지방법원 역시 1심 판결에서 죄질이 나쁘고 범행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면서도, 지역 사회에 봉사해왔다는 사실을 감경 요소로 반영한 상황.

결국 법무부 산하 공공기관이 성범죄자를 비호하며 감형을 돕고 있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권지현/성폭력예방상담센터장]
″(법무부가) 정의로움이라고 하는 것을 기본적인 기조로 가지고 있는 곳이라면, 사회적인 신망을 받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이 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해촉할 수 있는 기준들을 가져야 된다는 거죠.″

피해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지만 공단 측의 관대함 속에, 성범죄 가해자는 여전히 선한 기부 천사라는 두 얼굴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MBC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강미이/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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