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

"아이돌 팬덤 안부럽다"…스타에 빠진 중장년들

입력 | 2020-09-15 20:52   수정 | 2020-09-1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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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그저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서 일상의 한 구석을 차지할 정도로 열성적으로 빠져 사는 걸 속칭해서 ′덕질′이라고 합니다.

젊은 층에만 해당하는 열병이 아니라 중장년들도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빠져 사는 이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느 정도이고 어떤 매력이 있는 건지 중장년들의 얘기를 들어 봤습니다.

◀ 리포트 ▶

[유영섭(59세)/가수 송가인 팬]
″그 때의 떨림이란 잊을 수가 없죠. 그 ′한 많은′ 한마디에 소름이 쫙 끼치는데…″

내년이면 환갑을 맞는 유영섭씨는 요즘 가수 송가인에게 빠져 지냅니다.

지난 1년간 일명 ′덕질′도 열심히 했습니다.

[유영섭(59세)/가수 송가인 팬]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전까지 노래는 항상 들어요. 출퇴근 동안에는 차에 USB를 꽂아서, 일할 때도 이어폰 꽂고 항상 듣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공연과 행사가 줄어 든 요즘은 디지털로 할수 있는 활동에 주력합니다.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기사를 찾아가 ′좋아요′를 누르고

온라인 투표도 합니다.

[유영섭(59세)/가수 송가인 팬]
″이건 심장병 재단에서 하는 건데 우승자 이름으로 수술비가 나가거든요. 좋은 일인 것 같아서 우승시키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일년 전만 해도 기사 보기나 SNS정도만 할 수 있었던 인터넷도 팬카페 회원들의 도움으로 지금은 능숙해졌습니다.

[유영섭(59세)/가수 송가인 팬]
″카페 활동하면서 서로 묻고, 누가 물어보면 막 답을 많이 해주시거든요. 그런거 참고하고 눈팅하면서 배울것도 상당히 많습니다.″

송하식씨는 중장년 팬들의 활동을 돕기 위한 자료들을 만들어 팬 카페에 공유 하는 일을 합니다.

팬들이 꼭 들었으면 하는 음원 리스트를 만들고, 이미지 제작 프로그램을 이용한 일명 ′낙관 작업′도 합니다.

그 중엔 전문가 못지 않은 음원 사이트 분석 자료도 포함 돼 있습니다.

[송하식(52세)/가수 송가인 팬]
″우리 가수님의 노래에 대해서 사람들이 어떤 곡을 좋아하는지 매일매일 감상자수 변화라든가 순위의 변화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런 중장년들의 활발한 디지털 팬 활동은 발달된 IT환경 덕분입니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

유튜브의 대중화도 한 몫 했습니다.

[구지원/빅데이터업체 바이브컴퍼니 연구원]
″50대 이상 커뮤니티에서 2019년 하반기 기준으로 굉장히 유튜브에 대한 유입량이 증가했어요. 3년전과 비교 했을때 약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수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준현/임영웅 팬채널[순신TV]운영자]
″순신TV 안에서 제일 많이 봤던 영상을 보면 연령대가 55세에서 60대가 제일 많고 거의 45세에서 60세 이상 되시는 분들이 많이 보십니다.″

최근의 코로나19 사태가 디지털 세계에 중장년 팬들을 모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재붕/성균관대 교수]
″코로나 때문에 쇼핑도 그렇고 대화하는 것도 그렇고 제한이 많은데 가만보니까 ″이 디지털문명 안에서는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 같더라″ 그래서 그걸 ″배워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진짜 팬심이 생길만큼 몰입할 즐거운 대상이 생긴 것이죠.″

가수들은 팬들의 이런 열정이 놀랍습니다.

[송가인/가수]
″너무 놀랐어요. 처음에는 이거 나도 못하는 건데, 어떻게 이걸하지? 제가 팬 까페에 글남기고 댓글 남기면 어르신들께서 1! 점하나 딱! 먼저 1순위로 쓰시려고 먼저 다다다닥 몇백명 이렇게 줄을 서요. 그런걸 볼때마다 저도 새로고침하면서 보면 너무너무 재미있고 웃기고…″

김희연 씨는 또 다른 방법으로 적극적인 팬 활동 중입니다.

[김희연(56세)/가수 임영웅 팬]
″이건 경연할 때 찍은 사진 영웅님과 똑같은 등신대를 만들어서 사진도 찍고요.″

[김희연(56세)/가수 임영웅 팬]
(소장한 피규어가 몇개나 되세요?)
″이백개 정도 갖고 있습니다.″

아이돌 팬카페처럼 스타와 팬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고

스타의 생일에 팬들만의 이벤트를 열어 홍보도 합니다.

[이향은/성신여대 교수]
″시니어 세대들은 이미 자녀세대를 다 키웠습니다. 양육 하는데 있어서 전문가들인 거에요. 마치 내 아들을 걱정하듯이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현상들이 상당히 많이 나타나는 거죠.″

중장년층이 늦은 나이에 스타에게 빠진 이유를 들어봤습니다.

[박애련(62세)]
″여지껏 가족을 위해서 희생하고 살았잖아요. 이제는 저희가 충분히 누리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김정숙(66세)]
″손녀딸이 스무살인데 그러는거에요. ″할머니 이렇게 덕질하는 거 보니까 너무 젋어보이고 좋다″고…돈이 아깝다 부정적이다 이런건 절대 없어요.″

[박정희 (62세)]
″예전에는 우울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이거 때문에 우울증도 많이 사라지고, 잠도 잘자고… 너무 좋아진거죠.″

또다른 대중문화의 소비 현상이긴 하지만, 일부 중장년층 사이에서 이런 ′팬덤′은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Q.내 스타는 내 삶에…)

″신세계를 선물해 준 사람.″

″행복하고 즐겁고 신나고…″

″희망을 주는 존재.″

″삶이에요. 살아가는 이유 같아요.″

″나의 열정을 다시 찾게끔 해준 고마운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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