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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 김민욱
[집중취재M] 온실가스 뿜어내는 하마…"친환경 석탄은 없다"
입력 | 2020-12-01 20:58 수정 | 2020-12-0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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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정부는 최근 친환경 추세에 맞춰서 대한민국의 탄소 중립을 선언했습니다.
우리가 배출하는 탄소의 양만큼 나무를 심거나 풍력, 태양열 발전 같은 청정에너지에 투자해서,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중립, 즉 0으로 만들겠다는 건데요.
그런데 한쪽에서는 탄소 배출의 주범이라 할 석탄발전소를 계속 짓고 있습니다.
이런 모순적 상황을 두고, 석탄 발전에 돈이 덜 들고, 신기술로 친 환경적인 발전이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과연 그런지 김미희, 김민욱 두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김미희 기자 ▶
깊고 푸른 바다가 절경인 강원도 삼척의 한 해안가.
금빛 모래밭이 펼쳐진 곳에 항만 건설 작업이 한창입니다.
이곳에서 3km 떨어진 폐광산에 2,100MW, 원자력발전소 2개 규모의 석탄 화력발전소가 건설 중입니다.
이 방파제는 석탄발전소에 필요한 석탄을 실어 나를 하역시설을 만들기 위한 작업입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공사가 시작되면서 해안 침식이 가속화되며 모래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홍영표/강원도 삼척 주민]
″해변 길이가 5.2km 되고 옆에 해송 길이도 역시 약 3~4km 되는 아주 아름다운 곳입니다. 그런데 이게 지금 보시다시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져 버린 거죠.″
오는 2024년 2,080MW급 석탄발전소가 들어설 강릉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석탄 하역장이 들어설 해안가는 마구 파헤쳐지고 깨끗했던 모래가 있던 자리는 오염된 모래들이 가득합니다.
지금까지 투입된 돈만 2조 원에 공정률은 50%를 넘었지만 주민들은 석탄발전소 건설에 반대합니다.
[홍진원/강릉시민행동 사무국장]
″대기오염뿐 아니라 해양오염 이런 것까지 그리고 그 주변에 있는 주민들의 생계문제까지도 걸려 있는…″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이 곳곳에서 거센 저항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석탄발전소가 해안지역의 침식을 일으키고 대기오염물질을 내뿜는가 하면, 막대한 온실가스를 뿜어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성원기/삼척석탄화력발전반대투쟁위원회 공동대표]
″시민들은 못살게 되고 바다는 저렇게 다 망가지고 지구는 기후위기로 해서 모든 생명권들이 위험을 받는 이런 이상한 공사를 왜 하느냐…″
이곳은 충청남도 당진입니다.
6천 메가와트급, 원전 6개와 비슷한 대규모 석탄발전소 단지가 운영 중인 곳입니다.
발전소 굴뚝에서는 희뿌연 연기가 쉴 새 없이 대기 중으로 뿜어져 나옵니다.
이곳 한 곳에서만 지난 한 해 동안 2천 9백만 톤의 온실가스가 뿜어져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나 됩니다.
미세먼지 배출량도 막대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436톤을 배출했습니다.
이렇게 쏟아낸 미세먼지는 인근 지역은 물론 수도권까지 위협합니다.
인근 배추밭에는 시꺼먼 석탄가루가 떨어져 있고 소음과 분진에 마을을 떠난 주민들의 빈집도 보입니다.
[김병빈/당진화력발전소 민간환경감시센터장]
″(당진은) 오염물질이 가장 많이 배출되는 그런 오명을 안고 있는 그런 상황으로 변했습니다. 소음도 상당히 심하고요. 날리는 석탄 가루 분진도 심하고…″
국내에서는 석탄발전소가 내뿜는 미세먼지가 먼저 문제가 됐지만, 최근에는 온실가스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올 들어 더욱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기후변화의 위협 때문입니다.
2020년 벽두부터 지구촌에 충격을 줬던 호주 대산불.
초여름에는 중동과 남아시아, 아프리카를 뒤덮은 기록적인 메뚜기 떼.
여름에는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를 강타한 전대미문의 물 폭탄.
생태계의 보고인 시베리아와 아마존을 뒤덮은 불길.
가을에는 미국 서부를 집어삼킨 초유의 메가 산불.
그리고 코로나19 역시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에 의한 생태계 파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성우/김앤장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사스, 메르스, 코로나 19가 전부 박쥐에게서 왔는데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서 아열대 지역으로 (박쥐의) 서식 분포가 넓어졌어요. 그래서 사람과 접점이 넓어진 면이…″
많은 국내외 기후, 생태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배후에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있다고 말합니다.
[개빈 뉴섬/미국 캘리포니아주지사(9월 12일)]
″기후변화 위기입니다. 이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기를 원하는 그런 세상이 아닙니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석탄발전소는 모두 60기.
이들이 뿜어내는 온실가스는 우리나라 전체 발전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의 80%를 차지하고, 국내 전체 온실가스의 약 25%를 내뿜습니다.
◀ 김민욱 기자 ▶
석탄발전소가 꼭 필요하다는 쪽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값이 싸고 경제적이라는 것.
둘째, 신기술로 친환경적인 석탄발전소를 지으면 환경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우선 새로 짓는 석탄발전소가 친환경이라는 주장부터 따져보겠습니다.
초초임계압 발전이라는 신기술인데요.
기존 발전소보다 고온 고압의 증기로 터빈을 돌려 발전 효율을 높이는 기술입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은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온실가스는 어떨까요?
기존 석탄발전의 경우에는 전기 1기가와트시를 생산하는 데 약 820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습니다.
친환경적이라는 초초임계압 방식은 1기가와트시당 800톤이 조금 안 됐습니다.
기존 석탄발전보다 조금 줄었을 뿐 LNG 발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나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습니다.
경제성은 어떨까요? 석탄발전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보다 지금 현재 시점에서 더 싼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미래로 눈을 돌리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영국의 비영리 금융연구기관인 ′카본트래커′ 가 지난해 한국 전력시장의 재무 위험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입니다.
4년 뒤인 2024년이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신규 석탄발전이 신규 태양광 발전보다 더 비싸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그리고 2027년에는 기존 석탄발전을 운영하는 비용도 태양광 발전보다 비싸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재생에너지 가격은 떨어지는데 석탄발전 비용은 상승해 가격 경쟁력이 역전되는, 이른바 ′골든 크로스′가 수년 안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입니다.
[홍종호/서울대 환경과학대학원 교수]
″재생에너지가 보다 확대되고 시장이 넓어지고 지속 투자가 되고 효율성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보다 빠르게 이 골든 크로스가 생길 수도 있는 거죠.″
세계로 눈을 돌리면 이미 골든 크로스가 발생했습니다.
국내에 짓고 있는 7기의 석탄발전소도 환경과 경제성을 동시에 잃어버릴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김주진/기후솔루션 대표]
″결정 내린 공적 금융기관이나 공기업에 있는 사람들이 재무적으로 그거에 대해서 한 푼이라도 책임지느냐? 안 지죠. 결국에는 국민, 세금 납부자들, 전기요금 납부자들이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예측에는 불확실성이 있고 연구자마다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지금 세계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요?
◀ 김미희 기자 ▶
내년부터는 파리기후협약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신기후체제 원년입니다.
유럽과 중국, 일본 등 18개국이 2050년과 2060년 사이에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석탄부터 없애기로 했습니다.
프랑스는 2023년, 영국과 이탈리아는 2025년, 캐나다 2030년, 독일은 2038년까지 탈 석탄을 목표로 제시했고, 미국과 인도도 지금보다 석탄발전을 대폭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나 기업은 더 큰 경제적 부담과 국제사회의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제러미 리프킨/미래학자]
″앞으로 30년은 태양광과 풍력이 훨씬 쌀 것입니다.석탄발전소 건설은 결국 보상받지 못하는 좌초 자산이 될 겁니다.″
전세계 연기금과 삼성물산 등 국내 투자자들이 석탄발전에서 발을 빼기로 한 것도 이런 부담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선언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수억 톤의 온실가스를 내뿜을 7기의 석탄 화력발전소를 새로 지으면서 이게 가능할까요?
지금 계획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030년대에도 30~50기의 석탄발전소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홍종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탄소 중립이라고 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지속적으로 탄소를 배출하는 그러한 거대한 공장을 짓고 있다? 이것이 과연 합리적인 건지…″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기존 발전소도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국가가 기업과 한 약속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석탄발전에 대한 보상에는 세금이 들어가고 그 돈은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옵니다.
국민들의 동의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MBC뉴스 김미희입니다.
(영상취재:황성희, 김희건, 윤병순/영상편집:신재란, 오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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