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염규현, 남형석

[로드맨] '일방통행 서울민국 9편' "혁신도시의 그늘"

입력 | 2020-12-05 20:29   수정 | 2020-12-0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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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맨 ▶

길 위에 답이 있다, 로드맨입니다.

지난번 경북 군위에서는 이대로 가다 보면 지방이 소멸할지 모른다.

이렇게 전해드렸었는데요.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정부는 지방에 혁신도시를 세우고 있습니다.

혁신도시, 과연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을까요?

이곳 충북 혁신도시에 며칠 머물면서 길 위에서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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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충북혁신도시로 가고 있는데요.

혁신도시 출근길 모습은 어떤지 가서 살펴보겠습니다.

공공기관들이 모여있는 곳이거든요.

지금 버스들이 줄 서서 대기하는 모습 볼 수가 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양재·강남…진천에 왜 서울버스들이?</b>

광화문에서 온 버스, 또 광명, 신도림.

[버스 운전기사]
(다 무슨 버스들이에요?)
″공무원들 출퇴근하는 거죠.″
(여기가 왕복 몇 km쯤 될까요?)
″서울은 한 120km 130km 나오죠. 편도로.″

[권지은/충북혁신도시 직장인]
(어디서 오는 길이신가요?)
″서울이요. 태릉.″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나서 어떻게 준비하고 오셨어요?)
″6시에 일어나요.″
(그럼 집에 가면 몇 시?)
″밤 11시오.″
(바로 자야겠네요?)
″그렇죠.″

[정진욱/충북혁신도시 직장인]
″저도 여기서 2년 동안 살다가 청주로 이사갔거든요. 여기에 너무 인프라가 없고 해서 가족들이 많이 안 좋아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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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style=″font-family:none;″>어느덧 점심시간</b>

<b style=″font-family:none;″>혁신도시 거주자의 생각은?</b>

[이승수/충북혁신도시 거주]
(어떻습니까, 실제로 살아보시니까?)
″당장 응급실 갈 데도 마땅치가 않고, 대형마트가 있으면 편의가 있을 텐데, 그런 것도 없고.″
(그럼에도 통근을 선택 안 한 이유가 또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다 마음을 비우고 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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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저희가 퇴근시간에도 한번 와봤는데요.

지금 보시는 것처럼 버스들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직장인들 데리고 서울로 향할 버스들</b>

(오늘은 어느 버스 타세요?)
″(군포시)금정이요. 오늘은 2시간 잡을 것 같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서둘러 버스에 타는 사람들…줄줄이 서울로 출발</b>

지금 6시 7분이 되자마자 여기 있던 버스들이 다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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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style=″font-family:none;″>그렇다면 주말의 풍경은?</b>

토요일 오전인데요.

여기서부터 저 끝까지가 대략 500m 정도 되거든요.

정말 주말에는 싹 문을 닫았습니다.

공실이 아닌 식당들도.

여기도 문을 닫아서 와보니까… 결혼하시네요?

축하드립니다.

[이우귀연·박소영/충북혁신도시 거주]
″저도 여기 온 지 한 6년 7년 이렇게 됐는데, (혁신도시가)성장 과정 중에 있는 것 같아요. 만약에 아기를 갖는다고 하면, 큰 병원이… 산부인과 찾기가 힘들거든요.″
″없어요, 산부인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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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트맨 ▶

충북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이 들어서기 시작한 지 만 6년이 지났는데요.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공동주택 보급률이 계획의 80%에도 못 미치고요. 초·중·고등학교 역시 계획에 비해 75%만 설립됐습니다.

온 지방을 다 합친 전국 평균보다도 낮은 수치입니다.

이렇다보니 인구 유입도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원래 계획으로는 4만 명 정도 와야 했는데, 지난 6월까지 2만6천 명 정도밖에 오지 않았습니다.

가족과 함께 이사 온 공공기관 직원 역시 절반도 채 되지 않습니다.

다른 혁신도시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대도시인 부산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목표한 인구 수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그나마 유입된 인구마저도, 대부분 수도권에서 온 사람들이 아니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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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맨 ▶

지금 혁신도시에 입주율이 높아지면서 일단 학교를 증축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정인·정윤구/혁신도시 중학생]
″저희 7반까지였는데 작년에 신입생이 9반이고, 올해는 11반이에요.″
(주로 어디서 많이 이사 와요?)
″다 이 주변에서 와요. 한 60~70%?″

그 말이 맞는지, 혁신도시 외곽의 학교로 가봤습니다.

[김경혁/용천초등학교]
″거의 다 거기(혁신도시)로 가서 이 학교가 작아졌어요. 멀리 가는 애들은 얼마 없고.″

[김동인/용천초등학교]
″6반까지 있었어요. 1학년 때까지만 해도. 그런데 지금 4반이에요.″

[로드맨]
″어른들한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한 사람씩.″

[왕지훈/용천초등학교]
″그런 걸(혁신도시를) 만들어서 주변에 있는 마을들이 더 사라지는 것 같아요.″

[최정우/용천초등학교]
″여기 금왕도 개발 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로드맨]
″초등학생들 입에서 개발해 달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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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style=″font-family:none;″>′혁신도시 아닌′ 마을의 분위기는?</b>

[로드맨]
″′테이크-아웃만 가능합니다′ 라고 써 있는 가게인데요. 들어가서 여쭤보겠습니다.″

[강민정/진천군 진천읍 상인]
″원래 홀 장사가 좀 괜찮게 됐는데 혁신도시가 너무 발달을 해서 그런지 (손님이)너무 없어져서 매장은 정리를 하고 지금 배달 위주로만 하고 있어요. 인구도 거기로 정말 많이 갔대요. 저부터가 가고 싶은데, 이사를.″

진천과 함께 혁신도시로 지정된 음성의 사정은 어떨까요?

<b style=″font-family:none;″>복합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었던 충북 음성</b>

엄청 넓은 땅이 지금 그대로 비어있는데 여기에 산업 용지를 좀 아파트로 바꾸자는 논의도 지자체에서 나온다고 하거든요?

[박대식/음성군청 혁신전략실장]
″현 (산업용지)위치가 24만㎡가 미분양 상태여서 이걸 주거용지로 용도변경을 해달라고 강력히 계속 주장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배후도시가 없는 허허벌판에다, 진천에 혁신도시를 조성했기 때문에 정주여건이 미비하다는 겁니다.″

[박철진/음성혁신도시 외식업 상인회 회장]
(이 충북혁신도시가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을 준다고 보십니까?)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거 같아요, 지금은. 인구 유입이 돼야 하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만 움직이는 거예요, 현재 시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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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트맨 ▶

자, 그러니까 진천혁신도시의 인구가 늘긴 늘었는데, 수도권에서 온 사람보다 주변지역에서 온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겁니다.

음성은 심지어 함께 혁신도시로 지정이 됐는데도, 오히려 최근 몇 년간 인구가 줄어서 올해부터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다른 혁신도시들도 대부분 이렇다는 겁니다.

전국 혁신도시 중 7곳을 조사해 보니까, 주변 지역에서 유입된 인구(84,382)가 수도권에서 온 인구(22,618)보다 4배가량 더 많았습니다.

이제 곧 혁신도시 시즌2를 앞두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향후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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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강래/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혁신도시 만들 때 싼 땅을 찾다 보니까 논밭을 찾은 거죠. 산업생태계가 없었고 행정 생태계가 없었고 이랬던 거죠. 수도권과 맞대결을 하게 해야 하는데 혁신도시가 이런 중심성 있는 곳(기존 지방도시)의 힘을 자꾸 빼는 방향으로 진행이 되니까.″

[로드맨]
″지금 2기를 추진하고 있는데?″

[마강래/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지방)대도시의 도심 기능을 좀 강화하는 방향으로 강화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수도권과 광역대도시권들이 좀 키높이를 맞춰야 (균형발전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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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맨 ▶

이렇게 혁신도시가 제 역할을 못 하는 사이, 수도권 인구는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는데요.

기회를 찾아 결국 지방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은 서울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연속기획 <일방통행 서울민국>, 마지막 열 번째 도시는 바로 이곳, 서울입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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