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손하늘

음주사고로 2살 아기 다쳤는데…"운전자 일단 귀가"?

입력 | 2020-12-11 20:24   수정 | 2020-12-11 20:43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교통 사고 가해자한테서 알코올이 감지됐는데 경찰이 정식으로 음주 측정을 하려니까 세번 모두 거부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이 운전자를 그냥 집으로 돌려 보냈습니다.

어차피 음주 측정 거부로 처벌할 거라는 건데요.

저희가 확인해 보니 음주사고와 측정거부의 처벌 수위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손하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검은색 그랜저 승용차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떨어져나간 엔진을 들어올리기 위해 중장비까지 동원됐습니다.

SUV 차량은 교차로 한복판에서 옆으로 넘어갔습니다.

차량을 들이받고도 속도를 줄이지 못했던 가해 차량의 질주는 교차로 맞은편에 차량이 뒤집혀서야 끝났습니다.

[목격자]
″엔진까지 떨어질 정도로, 인도도 다 부서질 정도로 심각하게 차가 날아가고 많이 부서졌어요. (운전자가) 비틀거리기도 했고, 인도에 그냥 앉아있어서…″

이 사고로 SUV에 타고 있던 20대 엄마와 두 살배기 아기가 머리와 얼굴을 다쳐 응급실로 옮겨졌습니다.

[목격자]
″머리에 피를 흘리셔서 다치신 것 같아요. 의식은 있는데, 아기가 너무 많이 울어서…″

30살 가해 운전자는 구급대원들에게 황당한 행동을 했다고 합니다.

[소방 관계자]
″자신이 운전을 했는지 동승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병원에서도 진료를 받지 않겠다고…″

만취 운전이 강하게 의심됩니다.

하지만 남성은 빨대로 부는 정식 음주측정을 세 차례나 거부했고, 혈액 측정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남성이 음주운전을 했는지 안 했는지, 얼마나 마셨는지 입증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간단한 진료를 마친 이 남성을 그냥 집으로 가게 했습니다.

나중에 조사해도 된다는 설명입니다.

[경찰 관계자]
″조사 안 한다니까요. 다음날 부른다니까요. 증거가 다 확보돼 있기 때문에…″

경찰은 측정 거부자는 음주운전 처벌 최고 구간인 혈중알코올농도 0.2%에 준해서 처리하는 만큼 문제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음주 운전 입증은 물 건너갔고, 결과적으로 가해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정경일/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음주운전′과 ′교통사고′를 합친 형량보다 ′측정거부′가 법정형이 더 낮습니다. 이런 부분을 방지하려면 측정 불응죄의 법정형 상한을 상향시킬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경찰은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경찰 관계자]
″술 취한 사람 불러서 밤에 심야조사는 안 하게 돼 있어요.″

그 시간, 음주운전 다발지역인 인천에서는 일제 단속이 진행 중이었고, 적발된 17명도 대부분 귀가 조치됐습니다.

MBC뉴스 손하늘입니다.

(영상취재: 전승현 / 영상편집: 양홍석)

<b style=″font-family:none;″>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b>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