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재민

[단독] 크리스마스 선물 나르다…쓰러진 마흔 살 택배 기사

입력 | 2020-12-25 20:24   수정 | 2020-12-2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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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한진 택배 기사가 배달 중에 또 쓰러져 사흘 동안 의식이 없습니다.

나이는 마흔 살, 주로 과로가 불러오는 뇌출혈입니다.

한진 택배는 진작에 밤 10시 이후 배송을 중단한다고 했지만 택배 기사들은 배달 완료 문자만 밤 10시 전에 미리 보내 놓고 새벽까지 일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나아진 게 없다는 겁니다.

이재민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동작구 흑석시장.

택배 기사 한 명이 수레에 스티로폼 상자를 가득 싣고 옵니다.

정육점에 하나를 넘겨 주고, 두 개째 나르려던 순간.

고개를 푹 숙이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집니다.

쓰러진 택배 기사는 한진택배 소속 40살 김 모 씨.

정육점 직원들이 뛰어나와 흔들어 보지만 김 씨는 차가운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합니다.

[현상필/정육점 직원]
″눈을 뜨신 상태로 기절을 하셨더라고요. 흔들어 보고 기사님을 불러 봤는데도 의식을 못 차리셔 가지고…″

10분 뒤에 도착한 119구급대가 응급조치를 하고 급하게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김 씨는 그날 밤 두 번 뇌출혈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성민/택배 기사 가족]
″아픈 기록도 없고, 병원 간 기록도 없고. 그런 사람이 갑자기… 배송 내역을 보니까요, 거의 16시간을 일을 한 것이더라고요.″

김 씨는 매일 아침 7시까지 물류센터로 출근해 분류 작업을 하고, 오후에야 배송을 시작했습니다.

휴대전화에는 밤 12시 가까운 시각까지 고객에게 남긴 문자 메시지들이 남아 있습니다.

[동료 택배 기사]
″새벽 늦게까지, 새벽 1시. 잠을 몇 시간 못 자고 일한 것으로 내가 알고 있는데…″

택배 기사 김 씨가 배송했던 스티로폼 상자입니다.

상자 위에는, 고기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당일 배송을 해야 한다는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연말을 맞아 하루 배송 물량은 300개에 달했고, 시장 골목처럼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많아 쫓기듯 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진택배는 밤 10시 이후 심야 배송을 중단했다고 했지만, 기사들은 배송을 안 한 상태에서 고객에게 배송 완료 문자를 보낸 뒤에 새벽까지 일해야 했습니다.

[조완재/한진택배 기사]
″현장에서는 약속이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어요. ′9시 반 전에 이미 배송 완료를 치고 나머지를 배송해라′…″

아흐레 동안 노동자 2명이 뇌출혈로 쓰러진 한진택배는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가운데 사고가 발생해 매우 안타깝다″며, 김 씨가 회복한 뒤 사고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MBC뉴스 이재민입니다.

(영상 취재: 최인규 / 영상 편집: 위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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