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나세웅

'잠적 8개월' 조성길, 험난했던 '한국 정착기'

입력 | 2020-10-08 06:36   수정 | 2020-10-08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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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북한 최고위 공직자가 유럽땅에서 갑자기 증발해 버린 지 2년, 알고 보니 1년 넘게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었죠.

MBC는 지난해부터 조성길 주 이탈리아 대사 대리 부부의 행적을 쫓아왔고, 알프스 산맥을 넘는 탈주, 미국 CIA의 협조, 그리고 마침내 한국대사관의 문을 두드릴 때까지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한 편의 첩보 영화를 보는 듯한 조 씨 부부의 망명기를 먼저 나세웅 기자가 단독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난 2018년 11월, 조성길 대사 대리가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북한대사관에서 나와 부인과 함께 잠적합니다.

이탈리아측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지만 불안을 느낀 조 씨 부부는 알프스를 넘어 스위스로 도피를 시작합니다.

조 씨의 탈북 과정을 잘 아는 외교 안보 소식통은 ″쭉 올라가기 시작해서 유럽에서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곳까지 갔다″고 설명했습니다.

프랑스어를 전공한 조 대사대리가 가장 원하던 망명지는 프랑스였습니다.

하지만 성사되지 않았고 CIA를 통해 미국 망명을 타진했지만 역시 불발됐습니다.

CIA는 정보원의 협조 기간이 특정 기간 이상이어야 특별 절차로 미국행을 주선 하는데, 조씨의 경우 해당 기간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조씨는 결국 잠적 석 달 만인 지난해 2월 북한대사관이 없는 동유럽의 A 국가 주재 한국 대사관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비상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은 딸을 북한대사관에 두고 나온 것에 괴로워하던 부인 이씨가 이탈리아 북한대사관에 전화를 거는 바람에 위치가 노출된 겁니다.

북한은 이 씨에게 ″당의 배려가 있으니 돌아오라. 딸은 잘 치료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A국 주재 중국대사관으로 갈 것을 종용한 뒤 이 씨를 빼돌리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외교 채널로 A국 측에 조씨 부부의 송환을 요구했습니다.

중국과 미국, 한국이 개입된 상황에서 북한의 방해가 이어지며 출국은 늦어졌고 다섯 달이 지난 지난해 7월에서야 조씨 부부는 한국에 올 수 있었습니다.

MBC뉴스 나세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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