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병선

이웃집 불이 번져…코로나 실직 다문화 가정의 '참사'

입력 | 2021-01-31 20:11   수정 | 2021-01-3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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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오늘 새벽 강원도 원주의 한 재개발 지역에서 불이났습니다.

언덕 아랫집에서 시작된 불은 언덕위로 번지며 한 다문화 가정을 덮쳤는데요.

자고있던 할머니와 아이들이 숨졌습니다.

필리핀 국적인 아이들 엄마는 코로나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데다, 한국인 아빠는 돈을 벌러 중국으로 떠난 상황이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병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어두컴컴한 언덕 위 하늘이 온통 시뻘건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성인 한 명이 간신히 지날 수 있는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소방대원들이 투입됩니다.

화염이 담장을 넘어 다른 집으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해 애를 써보지만 불길은 쉽사리 잡히지 않습니다.

불이 난 건 오늘 새벽 3시쯤.

강원도 원주시 명륜동의 재개발 지역에 난 불은 주택 5채를 태우고 1시간 반만에 꺼졌습니다.

아랫집 석유난로에서 시작된 걸로 추정되는 화마는 윗집에 사는 일가족을 덮쳤습니다.

목숨을 잃은 사람은 필리핀 국적의 73살 여성과 9살 손녀, 7살 손자 등 3명.

불이 났을 때 집안에서 잠들어 있던 할머니와 2명의 손주는 결국 불을 피하지 못하고 집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숨진 아이들의 엄마인 필리핀 국적 32살 여성, 아랫집 66살 남성도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변을 당한 다문화가정의 엄마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일자리를 잃었고, 이후 한국인 남편은 생계를 위해 중국으로 떠난 상태였습니다.

불이난 곳은 10년 넘게 재개발 지구로 지정돼 있어 빈 집도 많고, 제대로 집을 고칠 수도 없다보니 화재에도 취약했다고 합니다.

[인근 주민]
″사실 이런 데서 사는 사람들은 없어서 이런 데서 사는 거고 진짜 죽지 못해 사는 사람들인데, 시에서도 나 몰라라 재개발 지역이니까 나 몰라라...″

소방차가 들어갈 수 없을 만큼 길이 좁은 데다 오래된 주택 20여 채가 빽빽하게 밀집해 있어화재 진압은 더더욱 어려웠습니다.

[이태희/원주소방서 현장대응담당]
″골목골목이라 호스를 전개해서 여기까지 수반을 가져오는 게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언덕 정상에 있는) 비상 소화전에서 호스를 연장해서 (막았습니다.)″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내일 합동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계획입니다.

MBC뉴스 이병선입니다.

(영상취재: 장종국/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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