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재민

[바로간다] 추락 뒤 방치된 치매 노인…요양원은 8시간 동안 몰랐다

입력 | 2021-03-24 20:22   수정 | 2021-03-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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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이재민 기자입니다.

인천에 있는 한 요양원에서 치매를 앓던 노인 한 명이 추락해 크게 다쳤습니다.

추락해 쓰러진 노인은 6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것도 지나가던 행인이 발견해 신고를 했는데요.

그때까지 요양원 직원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이런 어처구니없는 관리 소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고 하는데요.

대체 어떻게 운영을 하길래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밤 늦은 시각, 어둠이 깔린 요양원.

복도 끝에 있는 방문이 열리고 환자 한 명이 나옵니다.

잠깐 비틀거리던 환자는 이내 옆 방으로 들어갑니다.

잠시 뒤 이 환자는 9미터 아래 주차장으로 추락합니다.

큰 충격을 받아 미동조차 없는 상태.

[피해 환자 가족]
″허리뼈가 나가고, 갈비뼈가 나가고요. 고관절 나가고요. 뇌출혈…″

추락한 환자는 치매와 조현병으로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85살 김 모 씨였습니다.

2층에서 떨어진 김 씨는, 행인이 발견해서 신고하기 전까지 6시간 넘게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새벽 내내 방치됐다 발견된 김 씨는 저체온 상태였습니다.

[119 구조대원]
″저체온이 나왔어요. 저희가 측정한 건 34.4도. 후두부 쪽에 외상이라고…″

김씨가 이송된 병원에서 연락을 받고서야 추락 사고를 알게된 가족들.

부랴부랴 어찌된 일인지 요양원에 전화해 물었습니다.

그런데 요양원의 반응이 황당했습니다.

무슨 사고냐고 오히려 되물은 겁니다.

요양원은 사고가 난 지 8시간이 지나도록 김 씨가 사라졌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피해 환자 가족]
″본인들도 모른다고 하니까, 어떻게 해서 다쳤는지 모른다고 하니까…″

사고 당일 요양원 업무 일지를 입수해 보니, 당직 근무자는 6명.

노인 56명이 생활하는 요양원이었지만 제대로 순찰조차 돌지 않았던 겁니다.

가족들이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 알려달라고 하자, 요양원 측은 3초짜리 추락 영상과 경위서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방에서 나와 있던 김 씨를 ″담당 선생님이 모시고″, 사고가 난 뒤에는 ″경비 보시는 분이 신고″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CCTV 화면에는 김 씨가 보호받는 장면이 없었고, 경비원은 119에 신고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요양원 건물 경비원]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직접 신고하신 게 아니에요?)
″떨어진 것도 모르는 거예요.″

지금도 요양원은 여기저기 창문이 열려 있는 상태.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라 요양원은 재해를 막을 시설을 고려해야 하지만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겁니다.

김 씨는 3년 전에도 속옷 차림으로 혼자 집에 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요양원은 김씨가 사라진 사실을 몰랐습니다.

[피해 환자 가족]
″방문객을 따라서 그냥 휩쓸려 나오셔서…8시간을 헤맸다는 것이죠, 맨발로. 그때까지도 이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는 거예요.″

환자 관리가 왜 제대로 안되는지 알아보려했지만 요양원 측은 취재를 거부하며 가림막까지 설치했습니다.

[요양원 관계자]
(원장님 안 계세요 안에?)
″찍지 마세요. 원장님 안 계세요.″

경찰도 처음엔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란 반응이었습니다.

신고 후 가족들이 수사를 문의하자 ′그럼 고소장을 내세요′라고 했던 경찰.

하지만 MBC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요양원 측에 업무상 과실 치상 혐의를 적용하고, 담당 형사까지 배치해 현장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경찰]
″저희가 약간 소홀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요. 보완을 해야 하지 않나. 제2의, 제3의 이런 피해가 또 나올 수 있으니까…″

추락한 김 씨는 다른 상처보다도 차가운 바닥에 오래 쓰러져 있어 걸린 폐렴 때문에 위독한 상태입니다.

바로간다 이재민입니다.

(영상취재:장영근.윤병순/영상편집: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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