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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진
'동대문' 지고 '플랫폼 시대'로…의류시장 지각변동
입력 | 2021-05-05 20:20 수정 | 2021-05-0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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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의류 시장이 요동 치고 있습니다.
동대문 시장의 네온 사인이 상징하는 길 위의 매장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가게를 옮기고 있는 겁니다.
그러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습니다.
물론, 유행이 그렇다고는 하지만 누군가를 쓰러 뜨리고 있는 변화, 먼저, 얼마나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노 경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밀리오레, 두산타워, 그리고 APM
1990년대 말, 백화점보다 큰 건물들이 잇따라 동대문에 들어서면서, 의류 시장의 성지가 됐습니다.
[밀리오레 광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바꿔.″
2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가장 사람들이 많던 주말 새벽에도 가게들은 텅 비었습니다.
가게 수십 곳에 ′임대문의′ 전단지가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그나마 옷이 진열돼 있는 가게들도 장사를 중단한지 오래입니다.
[A옷가게 사장]
″월급이 안 나와서 직원을 못 쓰니까. 이런데 여기 텅 비어… 20년 만에 이렇게 빈 적이 처음이야. 이 자리 한 번도 빈 적이 없거든.″
코로나19로 손님들 발길이 끊겼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닙니다.
의류 시장의 중심이 이제 급격히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B옷가게 사장]
″오프라인이 이제 많이 죽었어요. 뭐 별 방법을 다 쓰더라고요. 아예 실시간으로 방송을 하면서 그런 식으로 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그래서 저희도 (온라인을) 이제 좀 해보자…″
텅빈 가게들에는 손님 대신 스마트폰을 들고 실시간 방송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라이브 커머스입니다.
방송으로 옷을 소개하고, 직접 입어보고, 옷을 팝니다.
중국인들도 많습니다.
인플루언서를 뜻하는 ′왕흥′들이 실시간 방송을 하면서, 스마트폰을 통해 중국인들에게 옷을 팔고 있습니다.
[중국 1인 방송 관계자]
″이 파란색 제품 준비됐습니다. 이것도 보세요.엄청 예뻐요.″
최근에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들이 줄줄이 의류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무신사에 이어, 지그재그, 에이블리, 브랜디 같은 의류 플랫폼 앱들입니다.
4천 개가 넘는 옷가게들이 스마트폰 앱에 입점해있습니다.
이들의 무기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입니다.
취향에 맞는 옷들을 척척 골라 추천해줍니다.
[조은주]
″상의랑 하의 다 에이블리를 통해서 구입을 했고요, 알고리즘 체제가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이때까지 샀던, 아니면 즐겨찾기를 했던 상점을 바탕으로 해서 추천하는 상품이 목록이 쫙 뜨거든요. 제 취향이나 패션을 분석을 해줘가지고.″
주요 고객은 MZ 세대라고 부르는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층입니다.
또래들 가운데 의류 플랫폼 앱 하나 안 쓰는 친구가 없을 정도입니다.
[서지은]
″고등학교 3학년 때인가? 친구들 쓰는 거 보고 따라서 썼던 거 같아요. 쇼핑몰 여러 개가 한 곳에 모아져 있으니까 한 번에 알아보기도 편하고.″
이 의류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옷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가장 먼저 시장에 진출한 무신사의 지난해 거래액은 1조2천억 원.
그 뒤를 지그재그와 에이블리, W컨셉, 브랜디가 잇고 있습니다.
다섯 개를 합하면 거래 규모는 3조 원입니다.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뛰어들었습니다.
지그재그는 카카오가 1조 원에 인수했고, W컨셉은 신세계가 2,7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네이버도 브랜디에 100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오프라인 옷 가게들이 몰락하는 사이, 그 자리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그리고 자본력으로 무장한 플랫폼들이 먹어 치우고 있습니다.
MBC뉴스 노경진입니다.
(영상취재:방종혁 허원철 / 영상편집: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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