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신재웅

5번 보고했는데도 '묵살'…목격자도 '침묵'

입력 | 2021-06-03 19:57   수정 | 2021-06-04 09:24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이 사건, 성폭력의 가해자인 장 중사는 영장이 청구되고 단 몇 시간 만에 구속이 결정됐습니다.

증거와 증언이 차고 넘쳐서 법적으로 다툴 것도 없던 겁니다.

하지만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이미 석 달이 지난 뒤였습니다.

유족들은 그 사이 2차, 3차, 4차, 5차 가해가 발생했다고 울분을 토합니다.

신재웅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유가족들은 이 중사가 성폭력 피해를 다섯 차례나 윗사람들에게 보고한 뒤에야 정식 신고가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차 안에서 내리자마자 선임에게 전화로 보고한 게 첫 번째.

두 번째 보고는 가해자로부터 용서해주지 않으면 자해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뒤 반장인 노 모 준위에게 했습니다.

[故 이 중사 아버지]
″′반장은 군 아니겠습니까?′ 장관님한테 물어봤어요. (장관님께서) ′군 입니다′ 그랬습니다. 2차 은폐죠.″

아침에 출근한 이 중사는 처음 보고했던 선임에게 자세하게 세 번째 보고를 했습니다.

선임은 ′적극적으로 신고하라′는 말만 하고 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 중사는 더 윗 상관인 노 모 상사에게 4차 보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회식을 주도했던 노 상사는 회식에 갔던 사람들이 피해를 받는다며 없던 일로 해줄 수 없냐고 했습니다.

[故 이 중사 아버지]
″(강제 회식이) 사적인 목적이었었죠? 큰일났다. 코로나 때문에 이거 음주 회식 안 되는데 데리고 나왔으니…″

두 번째 보고를 받고도 묵살했던 노 준위는 업무 연장이라며 사실상 강제 면담을 지시했습니다.

이 중사는 다섯 번째로 피해 사실을 보고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노 준위는 술을 마시며 ′살면서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상황을 전해들은 가족은 절차대로 신고를 하라고 거세게 항의했고 그제서야 대대장에게 성폭력 피해 사실이 보고됩니다.

증거도 명백했습니다.

[故 이 중사 어머니]
″우리 애가 ′이러지 마십시오. 우리 내일 또 봐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얘기를 한 게 블랙박스 목소리에 나왔어요.″

이 중사의 약혼자는 이런 정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직접 군 검찰에 제출했습니다.

관사 CCTV에는 가해자 장 중사가 차에서 내린 뒤에도 숙소까지 이 중사를 따라오는 모습이 찍혀있었습니다.

공군이 국회에 보고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중사가 성폭력 피해와 관련해 22차례 상담을 실시했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나 공군은 이 중사가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사건 발생 당시 차를 운전하던 부사관조차 블랙박스에 녹음까지 됐는데도 성폭력이 일어난 줄 몰랐다고 진술했습니다.

해당 부사관은 이 중사가 숨진 뒤에야 유가족 측에 사무실의 일원이어서 나설 수 없었다며 죄송하다는 심경을 전해왔습니다.

[故 이 중사 고모부]
″전군은 전부 다 이거 면책하고 각자 도생하고 자기 출세에 지장 없게끔 ′먼지털기′ 바쁜… 여기에 제가 이번에 이 수사가 과연 (제대로 될까…)″

각종 의혹에도 공군은 연일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라는 원론적인 답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신재웅입니다.

(영상취재: 서현권 / 영상편집: 김재환)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