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준희

'무자본 갭투자'가 비결

입력 | 2021-06-07 20:50   수정 | 2021-08-2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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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김 씨가 이렇게 집을 늘린 비결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 투자′였습니다.

눈에 띄는 건 주로 신축 빌라를 노렸다는 점인데, 이것도 이유가 있었습니다.

정부가 깔아준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그리고 빌라를 떠안으면 생기는 뒷돈까지, 덤으로 챙겼습니다.

이어서 이준희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5년 전 김 씨가 사들인 서울 양천구의 한 빌라.

매입 가격은 2억 8천만 원인데, 한 달 뒤 전세는 2억 9천만 원으로 1천만 원 더 올려서 내놨습니다.

김 씨 소유 강서구의 한 빌라도 전셋값이 매맷값보다 500만 원 높았습니다.

[서울 강서구 공인중개사]
″이거 완전히 꾼인데? 싸게 사서 전세를 시세 이상 조금씩 더 받은 거예요. 1천, 2천(만 원)씩… 완전 그냥 무자본 갭투자예요, 전형적인.″

MBC가 김 씨 소유 집 가운데 주소가 확인된 집 650여 채의 등기부 등본을 떼어본 결과, 곳곳에서 이런 무자본 갭투자가 확인된 겁니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집을 샀으니, 은행 대출도 필요 없었습니다.

김 씨의 빌라 매입에는 속도가 붙어 30개월 연속, 많게는 한 달에 65채를 사들인 적도 있었습니다.

세금 부담도 없었습니다.

임대주택유형이 확인된 378채 가운데 87%는 취득세가 면제되는 중소형 신축빌라였고, 재산세 역시, 60%인 226채는 전액 감면, 35%도 절반만 내면 됐습니다.

종부세도 대부분의 경우 대상에서 제외돼, 정부가 장려한 임대사업 제도 혜택을 톡톡히 누렸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신축빌라를 떠안으면 분양대행업체들이 한 채당 최소 수백만 원의 뒷돈을 줘, 부동산중개인들과 나눠 가졌다는 게 측근의 말입니다.

[김 씨 전직 동료]
″임대 2억 원짜리면 리베이트(뒷돈)가 500(만 원)일 거 아니에요? 400(만 원)을 김OO 사장님이 가져가는…″

여기에, 부동산중개나 건물관리업체까지 사실상 함께 운영해, 집이 많아질수록 중개수수료와 관리비 수익도 함께 느는 구조였습니다.

건물관리업체 대표는 어머니 서 씨.

경북에서 김치공장을 운영 중인 서 씨는 집 앞에서 취재진을 발견하곤 차를 돌려 사라졌습니다.

[서 모 씨/임대사업자 김 모 씨 모친]
″<보증금을 못 돌려받고 있는 세입자들이 많다는 건 알고 계시죠?> 몇 명 안 될 건데. 뭐가 많아요? 그 사람들한테 내가 나쁘게 하고 그런 거는 없어요.″

김 씨 본인에게도 여러 차례 인터뷰를 요청하고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습니다.

″<김OO 씨 계신가요?> ……″

김 씨는 MBC에 입장문을 보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과도한 가압류로 신규 세입자가 없어 전세금을 내주지 못한다며, 책임을 보증공사 쪽에 떠넘겼습니다.

또 자신은 전세금 반환을 회피해 잠적한 적이 없다며, 악의적 사기꾼인 것처럼 왜곡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영상취재: 권혁용 최재훈 / 영상편집: 고무근)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라 제목이 수정되었습니다.]

대한민국 나쁜 집주인 리포트 인터랙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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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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