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정혜인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준공연도' 묻는 필기시험은 왜?

입력 | 2021-07-07 20:04   수정 | 2021-07-0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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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서울대 기숙사 건물을 청소하던 50대 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낡은 건물에, 코로나19로 인해 쓰레기도 늘어났고, 여기에 황당한 직장 갑질 때문에 스트레스까지 가중됐다는 게 동료 직원들의 증언입니다.

정혜인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30점으로 채점된 한 시험지.

학교 기숙사가 개관한 게 언제인지, 특정 건물이 몇년도에 지어졌는지 묻습니다.

지난달 부임한 서울대 기숙사 관리팀장이, 기숙사 청소노동자 14명을 대상으로 치른 시험입니다.

업무와는 무관한 내용들입니다.

[동료 청소노동자]
″예고도 없이 갑자기 시험을 봤습니다. (관악서를) 한자로 쓰시오, 영어로 쓰시오…점수가 공개돼 동료들 앞에서 창피를 당했습니다. 저희들 앞에서 울었습니다.″

팀장이 소집한 회의 공고.

남성 노동자들은 정장을 입고, 여성 노동자들은 ′멋진 모습으로 참석하라′고 돼 있습니다.

회의에서 볼펜과 메모지가 없는 노동자에겐, 근무 평가점수를 깎겠다고 엄포도 놨습니다.

지난달 26일 청소노동자 59살 이 모 씨가 기숙사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갑질로 인한 스트레스가 컸다는 게 동료들의 증언입니다.

[박문순/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
″과로사예요. 과로사‥실제로 우리 조합원 진술서에는 이것(시험)때문에 수치스럽고 자괴감을 많이 느꼈다…″

숨진 이씨는 2019년부터 기숙사 4층 건물의 화장실과 샤워실, 쓰레기 처리를 혼자 도맡아왔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낡은 건물인데, 코로나19로 음식과 물건 배달이 늘면서, 쓰레기는 폭발적으로 많아졌습니다.

숨진 청소노동자는 이렇게 무거운 쓰레기봉투 6개가량을 매일 혼자 옮겼습니다.

서울대 노조는, 업무 과중과 팀장 갑질이 더해져, 건강했던 청소노동자가 숨진 것이라며 산업재해를 신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대 측은 문제의 팀장은 작년 최우수 직원으로 선정됐던 훌륭한 직원이라며 필기 시험은 노동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MBC뉴스 정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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