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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계단 아래·쓰레기장 옆…쉴 수 없는 그들의 '휴게실'
입력 | 2021-08-03 22:02 수정 | 2021-08-0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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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난 6월,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50대 청소 노동자가 숨진채 발견 된 사건.
그 배경에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고 나서야, 서울대 총장은 처음으로 사과를 했고, 기숙사 관장과 부관장도 보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서울대는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사실 청소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은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죠.
다른 대학들의 상황은 더 심각한데요.
특히 ′휴게실′이라고 이름 붙은 공간의 열악한 실태는, 대학들이 청소 노동자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준범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계단 아래, 낮에도 전구로 불을 밝혀야 하는 어두운 공간.
창문도, 환기구도 없습니다.
5층짜리 대학 기숙사 건물에서 청소 노동자가 쓰는 휴게실입니다.
[A씨/대학교 청소노동자]
″빈방이 있는데 그건 애들 쓰는 거지, 우리들이 쓰는 거 아니라고 (휴게실을) 계단 밑에다가…″
천장이 워낙 낮은 탓에 들어갈 때엔 몸을 숙이고 고개를 꺾어야 합니다.
금이 간 벽체 뒤편에 쉴 곳이 있습니다.
맨바닥에 그냥 두툼한 이불을 깔았습니다.
매캐한 곰팡이 냄새와 계단에서 쿵쾅거리는 발소리를 견뎌가며 밥을 먹고, 잠시 숨을 돌립니다.
[A씨/대학교 청소노동자]
″집에 가면 나도 모르게 맨날 삐딱하게 이렇게…남편이 ′너 고개 왜 그러고 있냐′라고 해요. 그래서 요즘 자꾸 제가 이렇게 펴는 연습을 하거든요.″
경북에 있는 이 사립대의 청소 노동자 휴게실 10곳 중의 7곳은 계단 밑에 있습니다.
원래는 창고로 쓰던 곳이라고 합니다.
[B씨/대학교 청소노동자]
″여기 계속 있으면 머리도 아프고, 가슴도 답답하고 이래서…집이 가까운 사람은 다 집으로 가요. 점심시간에…″
콘센트가 따로 없어서 복도에서 멀티탭 4개를 연결해 전기를 끌어다 씁니다.
벌레도 많고, 비 오는 날엔 뱀이 들기도 합니다.
[C씨/대학교 청소노동자]
″툭하면 해고한다고 하고, 너 아니라도 일할 사람 많다고 하고…무슨 말을 하면 ′하기 싫으면 치워라, 뒤에 사람들 줄 서 있다′ 이런 식이고…″
취재 이후, 대학 측은 빈 사무실 3곳에 의자와 테이블을 갖다 놓고 휴게실로 쓰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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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의 또 다른 지방 사립대입니다.
학교 측에선 별도 휴게실이라며 컨테이너 한 동을 갖다놨습니다.
그런데 쓰레기장에서 10미터 거리입니다.
비좁고 덥습니다.
그래서, 악취를 참아가며 컨테이너 밖으로 나와서 쉽니다.
끈끈이에는 벌레가 잔뜩 붙었습니다.
[D씨/대학교 청소노동자]
″학교가 개강해서 직원들이 다 모일 때는 9명이 있어요. (9명이요?) 네. 솔직히 말해서 컨테이너 안보다는 여기가 낫죠. 마스크 쓰고 안에 있으면 답답하죠.″
2년 전, 교육부가 청소 노동자들의 휴게공간을 개선하라고 요구했지만, 응하겠다는 답변은 4년제 사립대의 경우 20%에 그쳤습니다.
정부의 휴게공간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권고 사항일 뿐입니다.
재정난에 시달린다는 지방 사립대의 경우 사정이 더 나쁩니다.
[지방 사립대 교수]
″(학생 수가) 작년 대비해서 20%, 30%씩 줄어버리다 보니까…구조조정도 되어야 하는데, 복지시설 (개선) 이런 것들은 솔직히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지역은 그나마 낫다는데, 번듯한 휴게실을 설치한다던 약속이 언제 지켜질지 알 수 없습니다.
[서울 지역 대학교 청소노동자]
″예산이 없고, 공간이 없다는 말만 하면서 계속 미뤄지고 있어요. 계속 그 말만 반복하는 거예요.″
위치를 옮기는 것만으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휴게실 문제.
학생 수가 줄어 대학 내 빈 공간이 늘고 있지만, 학교 측이 이걸 청소 노동자들에게 먼저 선뜻 내줄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MBC뉴스 이준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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