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지경

"사과한다며 술 따라라"…75일 동안 무슨 일이?

입력 | 2021-08-13 20:03   수정 | 2021-08-1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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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성추행 피해를 당한 부사관이 부대 지휘관을 만나서 정식으로 신고를 하기까지, 또 피해자가 죽음으로 내몰리기까지 해군 내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같은 사무실을 쓰는 가해자가 딸을 지속적으로 따돌렸고, 사과를 한다면서 술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등 2차 가해를 했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이어서 김지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피해 해군 중사가 지난 3일 어머니한테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입니다.

″일해야 하는데 자꾸 배제해서 부대에 신고하려고 전화했다″면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안될 것 같다″고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유가족들은 하태경 의원을 통해 이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딸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린 건 지속적인 괴롭힘과 따돌림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하태경/국민의힘 의원]
″가해자가 업무를 지시하는 직속 상관이었어요. 같은 사무실에 있는 거죠. 2달 반 정도 지속적인 2차 가해가 있었던 거예요. 매일매일 가해가 있었던 거예요.″

하태경 의원은 성추행 다음 날 사과한다며 피해자를 불러낸 가해자가 더 황당한 요구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하태경/국민의힘 의원]
″가해자가 술을 따르게 했다고 하고요. 이를 피해자가 거부하자 ′술을 따라주지 않으면 3년 동안 재수가 없을 것이다′라는 악담을 퍼부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피해자는 성추행을 당한 뒤로도 무려 75일 동안 가해자와 같이 근무하며 2차 가해를 당하다 참다못해 정식으로 피해 사실을 알리게 됐다는 겁니다.

그동안 주임상사는 피해자가 사건이 알려지길 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방혜린/군인권센터 팀장]
″상담 지원이라든가 의료지원이라든가 그런 부분들을 아예 하지 말란 얘기는 아니거든요. 어떤 지원이나 행동 자체를 하지 않았다라는 게 피해자가 결국엔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으로 지목될 것 같고요.″

이에 대해 해군은 성추행 이후 75일 동안 피해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철저하게 수사할 방침이라며 2차 가해나 회유·은폐 사실이 드러나면 엄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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