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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수
[바로간다] '냉골 비닐하우스' 여전‥"방 얻으려 해도 이주노동자는 사절"
입력 | 2021-12-17 20:23 수정 | 2021-12-1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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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지윤수입니다.
캄보디아에서 온 30살 여성노동자 속행 씨는 딱 1년 전 영하 18도 한파가 몰아치던 새벽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잠을 자다 숨졌습니다.
그 사건 이후 정부가 비닐하우스 같은 열악한 임시 숙소를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1년 동안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하는데, 왜 그런 걸까요.
이주노동자들의 숙소를 다시 가봤습니다.
◀ 리포트 ▶
시금치 재배 농장에서 일하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집입니다.
비바람을 막아주는 건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 비닐과 천막 단 두겹입니다.
노동자 세 명이 살고 있는 숙소의 주방입니다.
이들은 여기서 하루 세 끼를 직접 지어먹고 있는데요.
주방기구들이 널브러져 있고 벽에는 기름때와 곰팡이가 잔뜩 끼어있습니다.
이들은 각자 월세로 25만 원씩 지불하고 있습니다.
부엌이 너무 추우니 밥솥이랑 그릇을 아예 방안에 들여놨습니다.
[캄보디아 노동자 A]
″<여기서 그냥 해 먹어요? 거기(부엌) 너무 추우니까?> 네. 방(에 요리 기구) 다 있어요.″
여자들만 살지만 현관문과 방문 어디에도 잠금장치가 없어 문고리에 꼬챙이를 꽂아뒀습니다.
[캄보디아 노동자 A]
″고장 났어요. 그냥 살아요. <그럼 사장님한테 고쳐달라고…> 저는 무서워. 저는 그냥 그냥 막…깜깜해서 핸드폰 불 (켜고)…″
태국 출신 30대 노동자가 사는 옆방은 바닥 한쪽이 새까맣게 그을렸습니다.
추위를 이기려 쉴새 없이 틀어놓은 전기장판 때문에 방바닥이 타버린 겁니다.
이마저도 정전이 자주 돼 못 쓸 때가 많습니다.
[태국 노동자]
″오 마이 갓. 추워요. (정전) 계속 있어요. (전기가) 다 끊겼어요.″
한쪽에 놓인 LPG 가스통, 먼지가 쌓인 콘센트는 화재 위험도 높아 보입니다.
10분 거리의 또 다른 비닐하우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창틀엔 테이프와 신문지를 두르고, 30분 전 난방을 켰다는데도 벽과 바닥은 차디찹니다.
[캄보디아 노동자 B]
″<여긴 난방이 아예 안 돼요?> (아직) 안 돼요. 따뜻한 물 먼저 열려요(나와요.) 그 다음에 또 난방이 열려요.″
1년 전 겨울 밤, 캄보디아 출신 속헹 씨는 난방장치가 고장 난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자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참담한 죽음이 알려진 뒤, 고용노동부는 숙소가 열악하면 이주노동자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새로 계약하거나 계약을 연장하는 노동자들에게만 해당됩니다.
[김달성/포천이주노동자센터 목사]
″개선된 게 거의 없습니다. 대다수 이주노동자들은 지금도 움막같고 짐승 우리같은 주거시설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정부는 농장에 주거지원비도 1천5백만 원씩 지원하고 있는데, 농장주들은 숙소를 새로 짓기엔 부족하다고 주장합니다.
농장 옆 ′농지′에 짓는 비닐하우스 숙소와 달리 정식 ′대지′에 지어야 해서 돈이 많이 든다는 겁니다.
[농장주]
″일반인 농가들이 땅을 사서 집을 짓기에는 안 맞아요 돈이. 2억 가까이 들어가는데 땅값 빼고도.″
주택 원룸을 구하려 해도 이주노동자들이 쓴다고 하면 집주인한테 거절당하기 일쑤입니다.
[인근 주민]
″가서 집 얻으려고 해도 없다고 하고 안 줘요, 외국인들 준다고 하면. (방을) 절대 안 줘요. 인간 차별을 너무 하는거지.″
그러다보니 농장주들 대부분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농장주]
″(계획은) 없어요. 있는 대로 하다가 못 하게 하면 문 닫아야지 뭐. 그냥 있어요. 방법이 없어요.″
속헹이 떠난 1년, 겨울바람 만큼 냉정한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캄보디아 노동자 B]
″속헹, 마음도 아팠고 불쌍했어요. 우리가 또 걱정해요. 언제 속헹처럼 (될까봐) 또 걱정해요.″
MBC뉴스 지윤수입니다.
영상취재: 노성은, 김우람 / 영상편집: 나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