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염규현, 양효걸

[로드맨] 당신의 지구는 안녕하신가요

입력 | 2021-12-25 20:30   수정 | 2021-12-25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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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맨 ▶

길 위에 답이 있다, 로드맨입니다.

저희가 지난 시간에는 기후 변화로 인해 달라진 농촌의 모습을 살펴봤는데요.

이번에는 바다로 왔습니다.

특히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남쪽 제주 바다는 기후 변화를 넘어 이제 기후재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지금부터 길 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고수온에 전염병까지′ ″사라진 보말″)

[로드맨1] 기후변화 ′1번지′ 용머리 해안

(푸른 빛 바다, 수려한 경관의 제주)
(그리고 용머리 해안)

[천영자/해녀]
″(여기에는 얼마나 계신지 얼마나 됐어요?) 70년 됐지. 여기서 나고 자라고. (근데 지금 겉 외모로 보면) 아휴 아휴 할머니지.″

(그동안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천영자/해녀]
″해수면이 높지 않을 때는 조금에도 왔다 갔다. 했는데 (다리 가리키며) 지금 이만치 올라왔지 (벽 가리키며) 여기까지 옵니다. 옛날에는 그냥 여기로 바위로 저렇게 다녔지.″

(변한 건 해수면뿐이 아니다?)

[천영자/해녀]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고. 바다가 황폐화가 돼서 다 죽어버려가지고 소라가 살 수가 없습니다. 감태도 있고 미역도 나고 했는데 올해는 하나도 없어요. 앞으로 한 5년 하면 소라가 없어질 것 같애.″

[로드맨2] ′물질 대신 소라장′ 위기의 해녀들

[로드맨]
″이번에는 제주 해녀분들을 만나러 왔는데요. 바다에 안 나가시고 지금 여기 모여 계시다고 하거든요.″

(마을회관에 모인 해녀들‥왜?)

[차영옥/제주 금능 어촌계 사무장]
″(지금 뭐 만드시는 중이세요?) 소라장 만들고 있어요. (금능이 소라가 좋은 소라입니까?) 알도 크고 맛있고. (혹시 몰래 집어드시고 이러진 않으셨어요?) 네.″

(최근 바다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는데…)

″많이 달라졌어요. 바다가 많이 썩어가고 있어요.″

[양옥열/제주 금능 어촌계]
″(예전과 비교하면) 한 50%. 모든 물건들이 다 50% 줄었어요. 그전에는 한 사람 물에 가면 3~4키로씩 막 따왔는데 지금은 거의 없어요.″

[차영옥/제주 금능 어촌계 사무장]
″수온도 높다 보니까 소라가 죽어있는 소라들이 되게 많아요. 바닷물에 담가놓는데 거기서 이틀 후에 건져서 보면 썩은 소라가 되게 많이 나와요. 냄새가 많이 나고.″

(제주도 전역에 퍼진 ′백화현상′)

[김영아/금능 어촌계]
″바다가 하얗게 돼버리는 우리 제주도 전체가 그래요. 풀 같은 게 안 나면 소라 같은 것도 먹을 것이 없으니까 덜 나죠. 여름 되면 뭐 미역 파래 새파랗게 나는데 지금은 싹 없어졌어요.″

(바다는 황폐화 되어가고 수온의 변화로 동남아 주서식지인 물고기들이 많아지고)
(바다의 변화‥설 곳을 잃어가는 해녀들)

[양옥열/제주 금능 어촌계]
″(해녀님께서는 경력이 얼마나 되세요?) 59년? (59년이세요?) 13살부터 지금 70 넘었거든요? 그러니까‥10년 내에 거의 물건이 없어진다고 봐야죠. (그런데 이제 후배 해녀들도 있잖아요.)″

[양옥열/제주 금능 어촌계]
″(그런데 이제 후배 해녀들도 있잖아요.) 안쓰럽죠. 물건이 없어지면 생활이 어렵거든요.″

[김영아/금능 어촌계]
″(예전에는) 마누라를 찾으려면 똑같이 고무옷을 입으니까. 자기 마누라 못 찾았어요. 그렇게 많아가지고. 2분의 1준 거죠. 200명 가까이 (200명 넘던 해녀분들이 지금은) 73명. (3분의 1이네. 거의.)″

(실제 바다로 나가보니‥)

[양영자/제주 금능 해녀회장]
″보말이 돌 뒤집으면 잔뜩 있었거든요. 옛날에는. 근데 지금은 없어가지고. 물 속에는 더 해요. 아무것도 없어가지고요. 소라도 죽어서 뒤집혀요. 먹을 것이 없으니까.″

[팩트맨]
″국내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는 제주 바다, 현재 상황은 어떨까요.″

해변의 해조류가 사라지고, 사막화되는 ′갯녹음′ 현상.

녹색연합이 지난해 제주도 해안 마을 200곳을 조사했는데, 해변에서 해조류가 확인된 곳은 30여 곳에 불과했습니다.

해안선 82%가 바다 사막으로 변했다는 뜻입니다.

바다 생태계의 보고로 불리던 제주 해안이 불과 반세기 만에 갯녹음 말기 상황에 이른 겁니다.

해조류가 사라지니, 바다 근처 전복과 소라 등 어패류는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육지에 있는 양식장과 관광자원들은 이런 변화를 피해 갈 수 있었을까요?

[로드맨3] 양식장 덮친 이상고온

(제주도의 한 양식장 그런데‥)
(부지런히 한쪽으로 옮겨지는 광어들)

[로드맨]
″지금 이곳은 병에 걸린 광어들만 모아놓은 수조인데요. 지금 보면 곳곳에 폐사한 광어들도 눈에 띄고 있습니다.″

[주정훈/제주 양식장 근무]
″고기가 다른 데 비해서 좀 안 좋아가지고. 병이 왔어요. 병이. 어병이. 이런 데가 썩어들어가는 거예요. 양어장에서는 제일 민감한 게 수온이에요. 수온이 높으면 어병이 많이 오죠.″

(빠르게 오르는 해수온도‥′고수온 주의보′도)

[지상일/제주 광어 양식장 대표]
″바닷가 수온이 최근 몇 년 전서부터 25도 이상 유지가 돼요. 전에는 25도가 최고, 수온이었는데 지금은 26, 27도까지 올라가니까. 수온이 높다 보면 용존산소가 떨어져요. 대량폐사가 발생하는 거죠. 여윔병은 점액포자충이라는 충이 생겼어요. 고기가 잘 먹지 않아요. 그리고 잘 먹지 않고 고기들이 탈수증상이 일어나서 대량폐사가 발생하고 있어요.″

(10년간 급격한 변화‥전염병에 대량 폐사)

[지상일/제주 광어 양식장 대표]
″거의 석 달 많게는 넉 달까지 갑니다. 그러면 7월 말에 시작을 해서 지금 11월 말까지 그 폐사가 계속 이어져요. 후유증이 계속 가는 거죠. 많을 때는 (폐사가) 거의 10배 이상 갈 때도 있고요.″

[로드맨4] 백사장 잠식한 ′큰갈파래′

(오염물질을 먹고 ′이상증식′‥사라진 백사장)

[박상률/제주대학교 해양식물생리생태학 교수]
″보시는 것처럼 굉장히 녹조류가 많은데 이 지역은 녹조대발생라는 한종이 이상증식이 펴서 다 죽어버리는 이런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백사장을 뒤덮은 이상 증식 녹조류 원인은?)

[박상률/제주대학교 해양식물생리생태학 교수]
″다양한 소스의 오염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예를 들면 주변에 양식장도 있고. 그전에는 굉장히 깨끗했다고 주민들이 말씀하셨습니다. 최근 10년간 더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약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상률/제주대학교 해양식물생리생태학 교수]
″말라서 죽으면 황화 수소가 대량으로 유출되게 되고 그게 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 사는 생물들은 이 독성에 견딜 수가 없는 거죠. 이미 너무 상태가 안 좋아졌습니다. 최소한 10년에서 20년 동안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후 변화는 사실 우리가 어떻게 늦출 수 있는 방법이. 그런 상태에서 어떻게 적응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연구들이 또 같이 진행돼야 하지 않나.″

부쩍 높아진 해수면 아래로 제주의 해양생태계는 빠르게 훼손되고 있었습니다.

가파르게 깎인 해안선 그리고 하얗게 변한 바닷속 또 사라지고 있는 우리 전통 어족자원은 이제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