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이남호

'불가리스 역풍' 회장 사퇴…견제 없는 오너 기업의 추락

입력 | 2021-05-05 07:11   수정 | 2021-05-05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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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불가리스가 코로나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홍보했다가 역풍을 맞은 남양유업.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사과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이남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숱한 논란에도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은둔의 경영자였습니다.

홍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불가리스 논란으로 고발된 지 보름만입니다.

[홍원식/남양유업 회장]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홍 회장은 회장직에서 사퇴했습니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있었던 사건들을 하나씩 거론했습니다.

[홍원식/남양유업 회장]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습니다.″

남양유업은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불가리스가 코로나에 효과가 있다고 홍보했다가 식품표시법 위반으로 고발당했고,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세종공장은 영업정지 위기에 몰렸습니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0년 커피믹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카제인나트륨′없는 고급 커피라고 광고했는데,

[당시 남양유업 광고]
″첨가물 카제인 대신 무지방 우유로..″

알고 보니 카제인은 우유에도 들어있는 무해한 물질이었습니다.

2013년에는 본사 직원이 대리점에 물량 밀어내기를 하며 갑질과 폭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김웅/당시 남양유업 대표이사]
″환골탈태의 자세로 인성교육 시스템과 영업환경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하여‥″

이 사건 이후 남양유업의 매출은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지난해에는 매출 1조 원이 무너졌고, 771억 원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결국 대리점과 낙농가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이어져, 폐업이 속출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의 기업 문화를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홍원식 회장 한 사람의 지분이 과반이 넘고, 사내이사 4명 중 3명은 일가족입니다.

2명의 사외이사도 별도의 위원회가 아니라 가족 이사회가 직접 뽑습니다.

견제 장치가 없는 겁니다.

외조카가 마약 사건에 연루되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홍 회장이 홍보대행사를 시켜 경쟁업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게 한 혐의로 경찰 조사도 받았습니다.

전문 경영인을 대표이사로 내세우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지난달에는 ESG위원회까지 출범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런 오너 중심 문화는 바뀌지 않았고, 그 전문경영인도 사퇴했습니다.

홍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하자, 남양유업 주가는 전날보다 10%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MBC뉴스 이남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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