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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새벽 4시 환불 요구하는 '고객님'…배달 앱은 '모른 척'
입력 | 2021-06-24 06:53 수정 | 2021-06-24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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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배달 앱의 횡포와 악성 고객들의 갑질,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가게 문을 닫은 새벽 시간을 노려 기습적으로 환불을 요구하고 음식만 챙기는 고객이 있습니다.
알고 봤더니, 그 일대 음식점을 상대로 상습적인 ′새벽 환불′을 받아왔다고 하는데요.
배달 앱들은 별 대책 없이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김세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서울 건국대 앞의 한 버거 전문점.
지난달 밤 11시 반쯤, 배달한 버거를 환불해달라는 고객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A 씨/버거집 점주]
″별 이상 없이 제품을 드렸는데, ′다 헝클어져서 왔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규정에 따라 버거를 다시 받으러 갔는데, 집 앞에 놓아두겠다던 음식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새벽 3시 43분.
난데없이 문자 한 통이 날아왔습니다.
그 시각에 버거를 내놓겠다는 겁니다.
[A 씨/버거집 점주]
″새벽 4시에 문자가 와서, 회수해가라고. 저희 11시에 마감하고요. 그래도 (연락 오길) 한두 시간 정도는 기다렸던 거죠.″
할 수 없이 오전에 다시 찾아갔지만, 이번에도 버거는 없었습니다.
″다시 가봐도 없다″고 했더니, 오히려 ″10시간이나 지났는데, 이제 온 거냐″며 별점 1점을 달았습니다.
[A 씨/버거집 점주]
″리뷰라는 게 일방적으로 그냥 내 말 안 들어주니까, 너네는 그냥 1점을 받아야 돼…″
인근의 배달 전문 떡볶이집,
혼자 24시간 운영하던 40대 여주인은 새벽 3시 반 쯤, 주문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배달한 뒤, 바로 환불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B 씨/떡볶이집 점주]
″떡볶이가 샜어요. 그래서 어, 고객님 죄송해요. 혹시 많이 샜나요? 제가 랩핑해서 보냈거든요.″
늦은 새벽 시간이라 음식을 도로 받아오는 건 포기했습니다.
배달비가 또 들기 때문입니다.
떡볶이값만 그대로 돌려줬습니다.
[B 씨/떡볶이집 점주]
″새벽 시간이 그래요. 이거는 앞에서 그냥 당하는 거야. 알아요. 아는데 당하는 거예요. 왜? 후환(악성 리뷰)이 있으니까.″
B 씨는 고민 끝에 지난 6개월 동안 환불이 잦거나 공짜 음식을 달라는 고객들의 주문번호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B 씨가 이 주문계산서에 남긴 메모입니다.
술에 취해 연락을 받지 않은 뒤 환불을 요구한 고객,
′머리카락이 나왔다′는 등의 이유로 수시로 물어달라던 고객까지...
어떤 고객에겐 ″환불 요정″이라는 별명도 붙여봤습니다.
나름의 리스트를 만든 셈인데, 별 소용은 없다고 합니다.
[B 씨/떡볶이집 점주]
″(그 고객들이) 주문은 하죠. 주소만 바꿔서. 그나마 저희들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B 씨에게 환불받은 고객이 버거 집에 ′새벽 환불′을 요구했던 고객과 동일인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새벽 환불′을 당한 건 두 가게만이 아니었습니다.
야식을 파는 포차, 닭갈비집, 피자집, 치킨집...
건대 앞에서 영업하는 음식점 11곳이 이 한 명의 고객으로부터 한 차례 이상 새벽 환불을 겪었습니다.
[A 씨/버거집 점주]
″자기도 이번 주에 환불을 했다. 똑같았다. 새벽에 전화가 왔고 이미 저희는 마감을 했고..″
업주들은 명백한 악성 고객에 대해선 재주문을 못 하게 하든지, 대책을 세워달라고 ′배달의 민족′ 측에 요구했지만, 허사였습니다.
[A 씨/버거집 점주]
″피해자가 제가 지금 확인한 것만 11분이 넘는데 자기들(배달앱)은 그거에 대해서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나 그런 게 없대요.″
배달 앱의 방관으로 갈수록 교묘해지는 악성 고객들의 갑질...
배달앱 업체들은 앱 이용률이 떨어질까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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