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손구민

신발도 벗고 안절부절‥카페 사장님 기지에 보이스피싱범 체포

입력 | 2022-02-24 20:27   수정 | 2022-02-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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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양말만 신고 카페에 들어온 여성을 수상하게 여긴 카페 주인의 기지로 전화금융 사기범이 현장에서 검거됐습니다.

알고 봤더니, 이 카페 주인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겁니다.

손구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카페 안을 서성이는 한 여성, 그런데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은 상태입니다.

[임승미/카페 사장]
″슬리퍼도 안 신고 막 왔다갔다 불안해 보이시더라고요.″

이상하게 여긴 카페 사장이 다가가 말을 걸자, 무언가를 보여줍니다.

[임승미/카페 사장]
″돈을 보여주시는 거예요. ′왜 돈을 갖고 계세요?′ 그랬더니… 딱 그 보이스피싱 같더라고요.″

카페 사장은, 계속 전화 통화 중인 여성에게 무언가 종이에 적어 보여줍니다.

[임승미/카페 사장]
″여기(카페) 주소를 가르쳐드리고, 여기로 오시라고, 돈 받으러 여기로 오라고 얘기를 해라… 주고받았거든요 메모로 얘기를 하고…″

이렇게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카페로 유인한 사장은,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수거책으로 보이는 여성이 도착하자, 주문을 받으며 경찰이 올 때까지 자연스럽게 시간을 끌었습니다.

곧 도착한 경찰은, 금감원 직원을 사칭하며 5백만 원을 뜯어내려던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습니다.

경찰은 이곳에서 붙잡힌 여성과,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 있다고 보고, 추가로 추적하고 있습니다.

기지를 발휘했던 카페 사장 임승미 씨도 사실 6개월 전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할 뻔했습니다.

낮은 이자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다는 문자메시지에 속아 4천만 원을 뜯길 뻔했는데, 아무래도 이상해 경찰에 신고했고, 결국 보이스피싱범을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임승미/카페 사장]
″내가 너무 바보 같은 거예요. 뻔히 보이는 수법인데… 그 경험이 아무래도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두 번이나 보이스피싱범 체포에 도움을 준 임 씨는, 경찰로부터 ′피싱지킴이 1호′로 선정돼, 포상금과 표창장을 받게 됐습니다.

[임승미/카페 사장]
″나 같은 피해자가 있으면 안 되겠고,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더라고요. 제가 당하다 보니까.″

MBC뉴스 손구민입니다.

영상취재: 나경운 / 영상편집: 김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