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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바로간다] 쿠팡 화재로 생계 망친 주민들‥9달 지나도 보상 '막막'
입력 | 2022-03-30 20:09 수정 | 2022-03-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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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바로간다, 사회팀 정혜인 기자입니다.
작년 여름 경기도 이천의 쿠팡 물류창고에서 큰불이 나 소방관 1명이 순직한 사고, 기억하십니까?
당시 잿더미가 몇 킬로미터 떨어진 마을들까지 덮치면서 주민들도 환경에도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9달이 흘렀는데, 피해가 컸던 주민들, 보상은 제대로 받았을까요?
그렇지 않다는 제보들을 받았습니다.
바로 현장으로 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 리포트 ▶
물류센터에서 나온 잿더미가 구름처럼 주변 마을들로 향합니다.
마을 곳곳에 시커먼 재가 떨어졌고 수백 마리의 물고기들이 잿물에 폐사했습니다.
그리고 9달 뒤, 사고현장에서 약 8km 떨어진 아로니아 농장.
농지 구석에 잘라낸 아로니아 나뭇가지들이 쌓여 있습니다.
당시 나무 80여 그루 위로 재가 쏟아져 열매를 전혀 수확하지 못한 겁니다.
[양재철/피해 농민]
″이파리가 아주 까맣게 뭐랄까 (재가) 붙어 있는 상태라고 봐야 돼요. 그러니까 먹을 수가 없죠.″
농가 옥상엔 지워지지 않는 잿물 자국이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농장주가 주장하는 피해 규모는 약 천만 원.
하지만 보상 절차는 몇 달째 멈춰 있습니다.
작년 가을, 쿠팡 측에서 보낸 손해사정인이 현장을 조사하고 돌아갔지만 지금까지 결론을 듣지 못했다는 겁니다.
[양재철/피해 농민]
″보상 절차를 밟겠다고 얘기를 하면서 돌아갔고… 아무 소식이 없기에 제가 이제 쿠팡 측에 전화를 몇 번 했습니다.″
비닐하우스 위를 뒤덮은 잿가루가 햇빛을 막아 무 농사를 접었다는 또 다른 농민.
[곽영홍/피해 농민]
″가을 농사를 안 했다고 보시면 돼요 그냥. 이건 수확하면 안 된다 해서 그냥 포기를 해버린 거예요.″
못 쓰게 된 비닐하우스 안에선 잡초만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장 조사 한 번 없었습니다.
[곽영홍/피해 농민]
″조만간 (조사를) 나갈 거다, 심지어는 다음 주에 나갈 거다, 이렇게까지 왔어요. 그런데 한 번도 약속이 지켜진 적이 없어요.″
같은 잿더미를 맞고도 보상이 되는 게 있고 안 된다는 게 있습니다.
고추와 마늘 등 농사를 짓는 조택균 씨는 재를 뒤집어쓴 차량들에 대해서는 한 대당 7만 원씩 세차비용을 보상받았습니다.
하지만 농작물 피해에 대해선 인과성이 증명되지 않는다며 보상을 거절당했습니다.
조 씨는 지금도 잿더미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조택균/피해 농민]
″이게(잿덩어리) 바람을 타고 날아온 거예요.″
축산농가들의 피해도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잿더미가 축사 안까지 덮치면서 가축들이 호흡기 질환에 걸리거나 재를 먹고 병에 걸렸지만, 보상절차가 더딘 겁니다.
동물병원 진단서를 보면, ″소가 매연을 흡입해 폐렴이 발생했다며 회복이 어려워 도태를 권한다″고 돼 있습니다.
[김성진/피해 농민]
″공기 변화에 아주 민감해요. 공기가 다 안 좋았으니까, 이 지역 전체가 안 좋았었으니까…″
하지만 인과관계를 더 증명하라는 업체 측의 요구에, 농민들은 낙담하고 있습니다.
쿠팡 측은 피해 직후 접수된 3,431건의 피해 가운데 3,200건 정도에 대한 지원은 마무리했다며, 추가 접수 규모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상′ 대신 ′지원′이라는 표현을 쓴 쿠팡은 ″아직 지원금을 받지 못한 분들은 손실에 대해 적절한 증빙을 제출하지 못한 분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차량 세차나 건물 청소 명목의, 소규모의 보상은 비교적 빠르게 이뤄진 반면 농업이나 축산업처럼 피해 규모가 큰 부분에 대해서는 인과관계 증명을 이유로 절차가 더디게 진행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MBC뉴스 정혜인입니다.
영상취재: 윤병순, 위동원 / 영상편집: 류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