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상훈

"비극적 죽음 멈춰 달라"‥부모들 눈물의 삭발식

입력 | 2022-04-19 20:32   수정 | 2022-04-1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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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발달 장애인 자녀를 돌보면서 모든 책임을 오롯이 감당하는 가족들, 스스로 삶을 져버리는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죠.

오늘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두고 발달 장애인 가족 500여 명이 단체로 삭발을 했습니다.

이들의 사연을 김상훈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길게 기른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잘려나갑니다.

엄마의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지켜보던 엄마들도 하나둘 삭발을 시작합니다.

550여명이 머리카락을 밀어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부모와 그 자녀들입니다.

[오민희/발달장애인 부모]
″이렇게 내 자녀가 외치지 못하니까 부모가 나서서 목소리도 내는 것이고‥″

발달장애인 동생을 둔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삭발에 동참했습니다.

″가자. 그쪽이야? 이쪽이야. 이쪽으로 가야 돼. 알았어. 거기로 가, 그럼.″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는 23살 이윤호 씨.

엄마는 이제 자신보다 덩치도 커지고 힘도 세진 아들을 감당하기가 버겁습니다.

윤호 씨가 낮에 평생교육센터에서 보내는 6시간이 엄마가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

하지만 성인인 윤호 씨가 이곳을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은 5년에 불과합니다.

서울엔 자치구마다 이같은 센터가 갖춰져 있지만 센터마다 대기자가 수십명에 달합니다.

경기도는 단 3곳, 인천은 1곳 뿐이고 비수도권 실태는 더 심각합니다.

[김남연/발달장애인 부모]
″정말 제가 이대로는 이제 못 살겠다. 이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일부) 어머니들도 사실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시지만 심정이 사실 이해 가요.″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자신들의 자녀가 가족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장애인 활동 지원체계 확대를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넣어달라고 요구합니다.

[이성규 교수/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모든 게 다 가족의, 부모의 책임으로 남아 있는데, 이 부분을 이제 국가가 떠맡아야 될 때가 왔습니다. 이미 지났습니다. 그럴 때는‥″

최근 2년 간 발달장애인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가족을 살해한 사건은 17건, 21명에 달합니다.

MBC뉴스 김상훈입니다.

영상취재:이지호, 김준형/영상편집:고무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