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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만
삼성가 유골‥다른 곳도 공동묘지
입력 | 2022-06-07 20:22 수정 | 2022-06-0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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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어찌 보면 해괴한 일인데, 알고 봤더니 쓸쓸한 역사가 묻혀 있었습니다.
어제 이 시간에 삼성가의 한 저택 밑에서 주인 모르는 무덤 61기가 나왔다는 얘기 전해드렸는데요.
이태원 언덕, 지금은 서울에서도 가장 부자들만 모여 산다는 곳이 먼 과거에는 공동묘지였고, 유관순 열사가 서대문 형무소에서 순국한 뒤 묻힌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는 겁니다.
남은 이야기가 더 있어서 취재한 김주만 선임기자를 다시 불렀습니다.
김 기자, 원래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이 자리에서 꽤 오래 살지 않았습니까.
동생 이서현 이사장이 집을 사서 재건축을 하다가 돌연 공사가 중단된 게 2년 전이었단 말이죠.
처음에 이 일을 어떻게 알게 됐습니까?
◀ 기자 ▶
기사의 발단은 2년 전 한 후배의 제보입니다.
삼성가에서 건물을 짓는데 문화재가 나온 것 같다는 얘기였습니다.
바로 이 사진입니다.
좀 알아봤더니 오너 일가와 관련돼서 그런지 삼성 측에서 즉각 답변이 왔습니다.
문화재는 아니고 빈 무덤 하나가 나왔다, 그래서 조사 중이고, 별거 아니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 앵커 ▶
그럼 당시에는 큰 기삿거리가 되지 않는 거였네요?
◀ 기자 ▶
당시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런 발굴조사는 2년 안에 보고서를 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 2년이 다가온 겁니다.
그 사이 중간 보고서가 하나 나왔는데요.
무덤이 한 개가 아니고 61개, 땅을 팔 때마다 새 무덤이 쏟아져 나온 겁니다.
빈 무덤도 아니었습니다.
일부 유골이 나왔고, 대부분은 뼈가 썩을 대로 썩어서 진흙 수준이었다는 겁니다.
◀ 앵커 ▶
과거에는 공동묘지였다는 거 아닙니까, 여기에 어떻게 주택이 들어서게 됐나요?
◀ 기자 ▶
1924년 일본군이 만든 지도를 보면, 가운데 경계선을 중심으로 좌측은 모두 일본군 시설입니다.
과거 국방부 자리가 딱 일본군 사령부 자리고요. 위쪽에 화장장, 또 사격장도 보입니다.
문제는 오른쪽입니다.
이태원리, 황학동, 보광리 이런 지명이 있고, 일본군 육군묘지도 있습니다.
이 지역은 모두 공동묘지입니다.
현재의 지도와 한번 비교해 보면요.
리움미술관을 포함해 삼성가가 모여있는 이른바 삼성타운이 공동묘지의 딱 가운데입니다.
최근의 한 아이돌스타가 176억 원 국내 최고가의 펜트하우스를 구입했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역시 이 자리도 공동묘지였습니다.
◀ 앵커 ▶
그런데 그동안 이 지역에 공사도 많이 하고 집도 많이 들어섰는데, 그때마다 유골이나 무덤이 나온 건 아니잖아요?
◀ 기자 ▶
맞습니다. 이미 1922년부터 이태원 공동묘지의 대규모 이장 사업이 있었습니다.
일본인을 위한 집을 짓고, 일본군 시설을 만들기 위해서였는데요.
당시 안장된 지 1년밖에 안 된 유관순 열사의 유골도 주인 없는 묘라고 해서 강제 이장됐다 유실됐습니다.
그때 망월동과 미아리에 공동묘지가 만들어졌고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이때 이장된 묘가 100만기가 넘는다고 하는데요. 일본군이 미처 옮기지 못한 무덤들이 이번에 나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 앵커 ▶
그럼 앞으로도 유골이 나올 수 있겠네요?
◀ 기자 ▶
가능한 얘기입니다.
이서현 이사장의 저택이 있는 이태원과 한남동 일대는 삼성가뿐 아니라 SK, 현대차, 신세계 등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가들의 집이 몰려있는 곳인데요.
이 지역 부동산에 걸려있는 지도를 보면,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구역이라고 하는 한남3구역을 포함한 ′재정비 촉진지구′가 당시 일본군 지도에서 나온 공동묘지 위치와 일치합니다.
한남동 개발이 본격화되면 다른 곳에서도 무덤이 더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 앵커 ▶
김주만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 김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