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정은

새로운 근거도 없이 정부 바뀌자 "월북 아니다?"

입력 | 2022-06-16 20:01   수정 | 2022-06-1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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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대통령실은 전 정부를 향해 ″자진 월북 프레임을 씌웠다″ ″진상규명을 원하는 유족의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정부의 해석이 180도 뒤집힌 건데, 문제는 뒤바뀐 결론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는겁니다.

이정은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이 씨 피격 사건이 알려지자 당시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서주석/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2020년 9월 24일)]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

그러자 하루 만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과의 뜻을 전해왔습니다.

[서훈/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2020년 9월 25일)]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민간인 피살에 대해 정부가 항의하고 사과를 받아낸 겁니다.

자진 월북 의사 추정된다는 당시 해경과 군당국의 판단에는 군 특수장비를 통한 감청 정보 등 근거를 가지고 진행됐다고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은 강조했습니다.

[윤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비공개 자산인 군 특수정보 소위 말하는 SI 정보라는 게 있습니다. 공개하는 순간 우리의 감청 장비가 드러나게 되고 감청 대상이 드러나기 때문에 국익을 생각해서 공개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그래서 전 정부의 판단을 뒤집으려면 당시 군 특수정보가 왜 잘못됐는지를 비롯해 월북 의도가 없었다는 증거를 새로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그런데 오늘 해경과 국방부는 추가 증거 없이 월북의도를 입증하지 못한다고만 발표했습니다.

대통령실도 ″뚜렷한 증거 없이 자진 월북이라는 프레임 때문에 한 사람의 잘못으로 규정됐다″며 전 정부를 비판했지만 전 정부와 왜 판단이 달라졌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또 ″진상규명을 원하는 유족의 요구에 국가가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며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이씨 유족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취하 소송을 포기했습니다.

이를 두고 전 정부 인사들은 보안이 생명인 안보관련 정보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왜곡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윤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팩트는 그대로인데 판단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판단이 달라졌다는 것이고 달라진 판단의 근거조차 제시하고 있지 못합니다.″

전 정부 정책 뒤집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 씨 사건에 대한 판단도 바뀌었습니다.

이에 따라 신구 권력 갈등도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MBC 뉴스 이정은입니다.

영상취재: 박종일/영상편집: 윤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