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구나연

[단독] 징계할 가해자가 없다? 사표 수리하고 '자문역' 위촉

입력 | 2022-07-15 20:27   수정 | 2022-07-1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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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직장 내 괴롭힘 처벌법′이 시행된 지 내일이면 딱 3년입니다.

앞서 가해자의 해명대로 직원의 업무능력을 개선 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직장 안에서 폭언과 모욕은 분명히 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가해자는 합당한 징계나 처벌을 받았을까요?

회사의 처리과정을 지켜본 피해자는, 처참한 마음이 든다고 했습니다.

구나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김 과장이 이 사건을 공론화하기로 한 건 자신을 구해준 경찰관의 조언 덕분이었습니다.

[황하국 경위/천안 동남경찰서 원성파출소]
″그분의 피해는 직장 내 괴롭힘이었거든요. 근데 직장 내 괴롭힘에 관련된 그 절차를 몰라서 억울하게 당하시는 것 같아서…″

증거들을 모아 법인장 강 씨와 귀국 후 배치된 부서장의 괴롭힘을 회사에 신고하고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그런데 회사의 징계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법인장 강 씨가 이제 직원이 아니″라며 징계 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징계위원회 전날, 강 씨의 사표를 회사가 수리한 겁니다.

[김 과장(가명)/직장괴롭힘 피해자]
″징계위원회가 5월 6일인데 (법인장이) 하루 전날인 5월 5일 날 사임을 했습니다.″

사표를 수리하고 퇴직금을 지급한 회사는 심지어 강 씨를 ′자문역′으로 위촉해 지금도 급여를 주고 있습니다.

함께 징계위에 회부된 팀장은 3개월 감봉 조치를 받았는데, 한 달 감봉액이 월급의 1/40 수준입니다.

[김 과장/직장괴롭힘 피해자]
″그냥 정말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마음이 진짜…처참하더라고요.″

취재 결과, 2년 전 또 다른 필리핀 주재원도 법인장 강 씨의 상습적 폭언에 대해 문제 제기했던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회사는 주재원만 복귀시키고 법인장에 대해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결국 문제가 되자 사표를 수리하고 ′자문역′으로 위촉한 건데, 직장내 괴롭힘 처벌법을 피하려 한 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건효 변호사/피해자 대리인]
″직무를 분리한다거나 행위자에게 징계 처벌을 한다거나 그런 게 실질적으로 있어야 되는데 이 사건에서는 전혀 그런 게 된 게 없죠.″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법인장 강 씨의 군대식 조직관리에 대해서는 개선을 설득하고 경고한 바 있다″면서도 ″강압적 폭언 사실은 몰랐다″고 밝혔습니다.

강 씨를 ′자문역′으로 임용한 데 대해서는 ″4개월 치 단기 계약에 불과하다″며 ″강 씨를 파면하면 법적 다툼이 일 것을 우려해 사의를 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MBC뉴스 구나연입니다.

영상취재: 김재현, 김준형 / 영상편집: 유다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