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은초

물탱크에 올라 197명 생존‥'시루섬의 기적' 생존자 50년 만에 모여

입력 | 2022-08-19 20:33   수정 | 2022-08-19 20:34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50년 전 오늘, 충북 단양에 있는 시루섬은 태풍으로 섬이 완전히 물에 잠겼습니다.

섬에 있던 주민 190여 명이 지름 4미터 물탱크에 올라가 밤샘 사투 끝에 살아남았는데, 50년 전 살아남았던 이들이 오늘 현장에 다시 모였습니다.

김은초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50년 전인 1972년 8월 19일, 충북 단양의 시루섬.

남한강 옆에 있던 섬 전체가 순식간에 물 아래로 사라졌습니다.

[박동중/75살]
″아 우리도 ′이제는 다 죽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에 (잠겨서) 땅은 하나도 없었으니까…″

눈에 띈 피신처는 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물탱크.

고작 지름 4미터 물탱크에 무려 198명이 올랐고, 물이 빠질 때까지 무려 14시간을 밤을 새우며 버텼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후 백일 된 아기가 숨지는 끔찍한 기억을 공유하게 됐습니다.

[최옥희/83살]
″아기가 꿈틀거리지도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죽은 건 알았는데, 그냥 안고 앉아 있었어요. ′산 사람이나 살아야겠다′ 그러고 말을 안 한 거죠.″

모두가 실종됐을 거라 여겼던 현장에서 살아 구조된 주민은 197명.

시루섬의 기적으로 불리는 당시의 주인공들이 반세기 만에 현장에 모였습니다.

이후 충주댐 건설로 섬이 수몰되면서 뿔뿔이 흩어졌던 당시 주민 60명이 옛 고향 땅을 밟았습니다.

50년 전 오늘을 제2의 생일로 기억하는 주민들은 당시 생사를 함께했던 서로 앞에서 눈시울을 붉힙니다.

[유병용/83살]
″발톱이 다 빠졌어요. 내가 어떻게 그랬는지 몰라. 발가락을 구부려서 버티느라고, 아이를 안고 버티느라고…″

′시루섬의 기적′ 50주년을 기념해 전국 각지로 흩어진 생존자들을 초청한 단양군은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물을 만들고 시루섬을 오가는 출렁다리도 내년에 개통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김은초입니다.

영상취재: 양태욱 / 충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