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박진준

한 푼 안 들이고 줍줍‥빌라왕들 실체 드러났다

입력 | 2022-12-20 20:06   수정 | 2022-12-20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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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매매가 보다 임대차 보증금을 높게 책정해서 임차인을 속이는 이른바 ′깡통주택′ 전세 사기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조사를 벌여서 전세사기로 의심되는 거래 106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는데요.

세입자들의 돈을 이용해서 빌라를 사들이고 전세를 놓는 이른바 ′빌라왕′들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박진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2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2년 전, 보증금 1억 원에 전셋집을 구했습니다.

두 달 전 계약기간이 만료됐지만,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게 생겼습니다.

국세청 압류가 걸렸기 때문입니다.

[박00/전세사기 피해자]
″현재 집주인이 체납한 국세가 저보다 우선순위다 보니까 3~4천만 원 정도 손해를 갑자기 보게 되는 거죠″

직장인 이모 씨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각각 사는 곳이 서울과 인천으로 다른데도 두 피해자들을 소개해 준 중개인은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기자(다른 피해자와 통화 중)]
″집주인이라고 받은 뒷번호가 2400인 거에요. 근데 그 가운데 번호가 010-XXXX-2400이거든요. XXXX 맞아요?″

[이OO/세입자]
″세상에…충격적이네요.″

정부는 이들이 조직적으로 전세 사기를 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총책인 집주인이 공인중개사나 보조원들을 고용한 뒤,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세입자를 구해오도록 했습니다.

집주인은 이렇게 세입자 돈을 끌어다가 또 다른 빌라를 계속해서 사들였습니다.

이런 ′빌라왕′들은 집 값이 떨어지고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서 수많은 깡통전세 피해자를 양산했습니다.

[김성호/국토부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장]
″신축 주택의 경우에는 거래 실적이 없기 때문에 매매 시세를 파악하기 어려운데요. 조직적으로 단기간에 대량으로 매입한 후에 이제 높은 가격에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빠지는…″

얼마 전 돌연 사망한 또 다른 빌라왕 김 모씨 수법도 드러났습니다.

김 씨는 대출 이자금을 지원한다며 세입자들을 모아, 그 돈으로 빌라를 사들였습니다.

[이00/전세사기 피해자]
″신축이어서 상태도 좋았고, 또 그분(중개사) 말씀으로는 시세보다 좀 저렴한 집이라고 하셔서…″

내 돈 한 푼 없이 집을 사는 무자본 갭투기, 철저하게 세입자 돈만을 이용한 거래가 이뤄진 겁니다.

지난 두 달 동안 전세 사기가 의심된다며 정부에 신고된 건 모두 687건.

이 가운데 106건이 경찰에 넘겨졌습니다.

MBC뉴스 박진준입니다.

영상편집 : 김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