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즐겁지만 과연 우리 노동자, 직장인들의 현실에서 가능한 일일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공무원들이 이런 제도를 실시해 오고 있습니다.
고용이 확실하게 보장된 공무원들, 과연 장기휴가를 얼마나 쓸 수 있었을까요?
차주혁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열심히 일하고 쉴 때 쉰다.′
2015년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보도자료 첫 문장입니다.
연가저축제.
바쁜 업무 때문에 못다 쓴 연가를 한해 한해 모아, 한꺼번에 사용하는 공무원 장기휴가 제도입니다.
′공무원도 안식월′, ′최대 43일까지 몰아 쉴 수 있다′는 꿈같은 전망들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중앙부처 공무원]
″인력은 달리고 일은 많고. 20일이나 30일 동안 공백이 있으면 업무가 계속 쌓이잖아요. 그 업무는 누군가 해야 되거든요.″
휴가제도 주무부처는 좀 다를까.
고용노동부의 장기휴가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작년 열흘 이상 장기휴가를 쓴 공무원은 84명, 2021년엔 99명, 2020년엔 70명입니다.
전체 정원의 1% 수준입니다.
[고용노동부 담당자]
″최근에 한 3년 동안은 코로나 발생 때문에 우리가 업무량이 굉장히 바빴잖아요. 그런 부분이 조금 작용하지 않았을까.″
코로나 이전에도 별 차이는 없었습니다.
2019년 74명, 2018년 134명, 2017년 158명.
가장 많았던 경우도 전체 인원의 2.5%입니다.
연가저축제의 취지대로 30일 이상 휴가를 쓴 사람은 도입 이후 8년 동안 단 9명뿐이었습니다.
이렇게 연가만 쌓이고 계속 사용하지 못하자, 정부는 당초 2년이던 사용기한을 10년으로
늘렸습니다.
[고용노동부 공무원]
″남아 있는 걸 강제 저축하면 이게 계속 쌓이잖아요. 그럼 10년 동안 쌓고 쌓은 게 몇십 일인데 어떻게 다 쓸 수가 있을까요. 결국은 이거 소멸되고 날리는 거예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의 핵심도 공무원 연가저축제와 다르지 않습니다.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자.
[고용노동부 공무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그러죠. 지금 다 속으로는…고용노동부 자체가 ′워라밸′을 선도하는 부처입니다. 52시간도 안 되는 판인데 무슨 근로시간 개편한다고 해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정책을 하고 있냐고요.″
법적으로 고용이 보장된 공무원조차 장기휴가는 불가능한 실험이었습니다.
[우원식/국회 환노위원]
″노동부 공무원조차도 몰아서 일은 하지만 몰아서 쉬는 건 눈치 보여서 못하고 있는 사정이에요. 그걸 뻔히 알면서 ′연가저축제′로 실험까지 하고서 실패한 그런 정책을 사기업에 그대로 도입하겠다고 하는 것은 되지 않는 일, 일하는 시간만 늘리는 내로남불 정책, 내로남불 행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