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차주혁

쉴 때 몰아서 쉬라고? 공무원 장기휴가 1%

입력 | 2023-04-05 20:14   수정 | 2023-04-05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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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어라′

근로시간 개편안을 추진 중인 정부가 핵심 장점으로 강조하는 게 바로 장기휴가죠.

생각만 해도 즐겁지만 과연 우리 노동자, 직장인들의 현실에서 가능한 일일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공무원들이 이런 제도를 실시해 오고 있습니다.

고용이 확실하게 보장된 공무원들, 과연 장기휴가를 얼마나 쓸 수 있었을까요?

차주혁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열심히 일하고 쉴 때 쉰다.′

2015년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보도자료 첫 문장입니다.

연가저축제.

바쁜 업무 때문에 못다 쓴 연가를 한해 한해 모아, 한꺼번에 사용하는 공무원 장기휴가 제도입니다.

′공무원도 안식월′, ′최대 43일까지 몰아 쉴 수 있다′는 꿈같은 전망들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중앙부처 공무원]
″인력은 달리고 일은 많고. 20일이나 30일 동안 공백이 있으면 업무가 계속 쌓이잖아요. 그 업무는 누군가 해야 되거든요.″

휴가제도 주무부처는 좀 다를까.

고용노동부의 장기휴가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작년 열흘 이상 장기휴가를 쓴 공무원은 84명, 2021년엔 99명, 2020년엔 70명입니다.

전체 정원의 1% 수준입니다.

[고용노동부 담당자]
″최근에 한 3년 동안은 코로나 발생 때문에 우리가 업무량이 굉장히 바빴잖아요. 그런 부분이 조금 작용하지 않았을까.″

코로나 이전에도 별 차이는 없었습니다.

2019년 74명, 2018년 134명, 2017년 158명.

가장 많았던 경우도 전체 인원의 2.5%입니다.

연가저축제의 취지대로 30일 이상 휴가를 쓴 사람은 도입 이후 8년 동안 단 9명뿐이었습니다.

이렇게 연가만 쌓이고 계속 사용하지 못하자, 정부는 당초 2년이던 사용기한을 10년으로
늘렸습니다.

[고용노동부 공무원]
″남아 있는 걸 강제 저축하면 이게 계속 쌓이잖아요. 그럼 10년 동안 쌓고 쌓은 게 몇십 일인데 어떻게 다 쓸 수가 있을까요. 결국은 이거 소멸되고 날리는 거예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의 핵심도 공무원 연가저축제와 다르지 않습니다.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자.

[고용노동부 공무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그러죠. 지금 다 속으로는…고용노동부 자체가 ′워라밸′을 선도하는 부처입니다. 52시간도 안 되는 판인데 무슨 근로시간 개편한다고 해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정책을 하고 있냐고요.″

법적으로 고용이 보장된 공무원조차 장기휴가는 불가능한 실험이었습니다.

[우원식/국회 환노위원]
″노동부 공무원조차도 몰아서 일은 하지만 몰아서 쉬는 건 눈치 보여서 못하고 있는 사정이에요. 그걸 뻔히 알면서 ′연가저축제′로 실험까지 하고서 실패한 그런 정책을 사기업에 그대로 도입하겠다고 하는 것은 되지 않는 일, 일하는 시간만 늘리는 내로남불 정책, 내로남불 행정이다.″

최근 여당은 장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공무원 연가저축제 역시 대통령령인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으로 정해진 강제 규정이었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강종수 / 영상편집: 오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