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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조선왕실이 가꾼 금강소나무 원시림, 일제 강점기에 무참히 훼손
입력 | 2023-04-05 20:41 수정 | 2023-04-05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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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오늘은 식목일이죠.
경북 울진의 금강송 면에 가면 하늘로 쭉쭉 뻗은 금강소나무의 울창함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100년 전만 하더라도 강원도 삼척과 경북 봉화에도 이런 금강소나무 원시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제가 군사용으로 쓰겠다며 모두 베어가 지금은 다 사라졌습니다.
그 수탈의 현장을 이준호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용소골.
지금은 낙엽송과 작은 소나무만 골짜기 주변을 채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100년 전만 해도 이곳은 아름드리 금강소나무가 빽빽하게 서 있던 원시림이었습니다.
이 나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어른 키만큼 쌓아 올린 석축이 있고 강철 조각들도 발견됩니다.
4미터 길이의 산림철도 철제구조물입니다.
세월의 흔적을 증명하듯 전체가 붉게 녹슨 모습입니다.
일제 강점기 때 궤도차를 이용해 아름드리 소나무를 모두 수탈해 간 겁니다.
경북 봉화군 구마계곡 일대에서도 원시림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일제가 조선임업개발 주식회사를 세워 소나무를 빼돌렸기 때문입니다.
두 지역 모두 지름 1미터가 넘는 금강소나무가 군락을 이룬 원시림이었습니다.
조선 숙종 때는 ′황장봉산′으로 지정하고 궁궐을 짓거나 임금의 관을 짤 때만 베어낼 수 있도록 엄격히 관리됐습니다.
하지만 일제는 지난 1935년 이 지역의 국유림 보호를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삼척 호산항까지 철도를 놓고 소나무를 본격적으로 빼돌렸습니다.
[심경섭/삼척시 가곡면 주민]
″광산에서 (운반)하는 식으로 작은 거는 5~7개도 싣는 걸 봤는데, 아주 큰 나무는 한 운반차에 나무를 한 개를 싣고 레일 위로 나왔어요.″
전쟁에 쓸 선박과 소총 머리를 만들겠다며 매년 삼척 가곡천 일대에서만 8천 그루를 벌채해 갔습니다.
한반도 산림이 이렇게 훼손되면서 10헥타르가 넘는 대규모 원시림은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일본, 대만, 러시아까지도 원시림이 다 존재하는데 앞으로는 이 숲을 원시림에 가깝게 보존 관리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조선 왕실이 귀히 여기던 한반도의 원시림은 일제강점기 수탈 속에 되돌리기 힘든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MBC뉴스 이준호입니다.
영상취재: 배광우(강원영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