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박솔잎

빈곤 아동 44만 명‥"더 좋은 곳에 살고 싶지만"

입력 | 2023-05-22 20:22   수정 | 2023-05-2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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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우리나라에는 줄잡아 44만 명의 ′빈곤 아동′이 있습니다.

가난은 이 아이들이 먹고 자고 입는 것은 물론 배움의 기회마저 차별받게 해서 그 가난이 대물림될 우려도 높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 아이들을 잘 보듬어 키우는 건 모두가 말하는 저출생 문제의 해법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뉴스데스크는 빈곤에 갇힌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연속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첫 순서로, 먼저 박솔잎 기자와 함께 하은이네 3남매의 집으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도심, 다세대 주택이 몰린 좁은 골목 안에 하은이네 집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2층 주택에 딸린 가건물, 샌드위치 패널로 지었습니다.

바깥 보일러실 갈라진 틈으로는 쥐가 드나듭니다.

[하은이 (가명)]
″쥐 세 마리가 저기 마당에서 약 놓으니까 죽어 있었어. 그런데 아직 한두 마리 남아 있는 걸로 알아.″

방으로 들어가봤습니다.

엄마와 11살 하은이, 그리고 2살 많은 오빠, 막내까지 넷이 같이 삽니다.

가장 불편한 건 잘 때입니다.

[하은이 (가명)]
″잠 못 자게 하는 건 동생이에요. 아직도 (자다가) 부딪혀요. 부딪히면 진짜 세게 부딪혀요. 코피가 몇 번 난 적도 있고 어쩔 땐 멍들었던 적도 있어요.″

밥 먹는 곳은 냉장고 문 앞.

탁자 하나에 세 남매가 쪼르르 모여 앉습니다.

저녁은 지역아동센터에서 싸온 제육볶음 도시락입니다.

[하은이 (가명)]
″양반다리는 오다리 된다던데. 양반다리 계속하면.″
<그래, 알았어. 우리 집엔 의자가 없잖니. 의자를 둘 곳도 없고.>

하은이네가 이 집에 들어온 건 2016년.

이혼한 하은이 엄마는 당시 가진 게 없어서 애들 셋을 떼어 보호소에 맡겨야 했습니다.

다섯 달 만에 필사적으로 보증금 5백만 원을 모았고, 아이들을 데려왔습니다.

[하은이 엄마]
″고시원에서 지내면서 또 알바하면서 집을 알아봤는데‥그렇게 힘들 게 살았는데, 나왔으면 더 좋은 데 살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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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다솜이네 집은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가야 나옵니다.

6살 다솜이네는 모두 5남매.

″엄마, 이거 선물이야.″

비나 눈이 오는 날, 5남매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경사진 언덕길이 위험해서입니다.

비가 내린 지난 어린이날에도 복지관에서 보낸 선물을 며칠 지나 받았습니다.

[다솜이 (가명)]
″겨울엔 너무 추워요. 얼음 때문에 확 미끄러질 것 같아요.″

온통 빈집들로 둘러싸인 달동네.

아이들은 어울릴 친구가 없습니다.

[다솜이 언니]
″이사 가고 싶다. 친구 집 가까운 곳.″

하지만 아빠는 이 집을 떠날 수 없습니다.

친척이 버려둔 집이라 월세 걱정 없이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솜이 아빠]
″(제가) 장애도 있고 너무 왜소해서 막노동 같은 것도 못해서 오토바이 운전직으로 조금씩 생활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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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법엔 최소한의 주거기준이 정해져 있습니다.

부부가 사는 2인 기준으로 26 제곱미터, 아이가 1명씩 늘 때마다 조금씩 넓어집니다.

이 기준에 못 미치는 곳에 사는 하은이 같은 아이들이 44만 명, 전체 아동의 5%입니다.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열악한 거주 환경은 아이들의 건강에 영향을 끼칩니다.

[황혜나/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토피라든지 피부 질환이 좀 일반 가정 아동들보다 많은 건 사실이에요. 호흡기 질환도 물론 있고요.″

학업 성취도나 사회성이 더 낮아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장]
″아동 정책에는 주거가 없는 이상한 상황이 지금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주거 빈곤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 빈곤이 대물림 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어요.″

열악한 집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아이들, 하은이 엄마는 아이가 너무 일찍 세상을 알아버릴까 봐 마음이 무겁습니다.

[하은이 (가명)]
″넓은 집. 그런데 그건 가능하지 않을 게 분명합니다. 엄청 비싸대요. 5억이나 8억 정도 한대요, 그런 것들.″

MBC뉴스 박솔잎입니다.

영상취재: 김신영, 손지윤, 한지은 / 영상편집: 장예은 / 취재협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굿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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