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박소희

막막한 조손 가정‥"정서 장애에 따돌림까지"

입력 | 2023-05-24 20:24   수정 | 2023-05-2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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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뉴스데스크 연속 기획, ′빈곤에 갇힌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 두 번째 순서입니다.

오늘은 아빠나 엄마 대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조손가정′의 아이들 이야기를 전해드릴 텐데요.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조부모들이 제때 돌봐주지 못한 아이들은 발달이 늦거나 정서적 장애를 겪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박소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역아동센터에서 단체 응원을 연습하는 시간.

9살 지영이도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수술을 흔듭니다.

그런데 반 박자씩 율동이 늦습니다.

자리를 못 잡아 밀려나고 앞줄로 옮겨 보지만,

″야! 너 나와.″

또 밀려납니다.

더 잘하고 싶지만, 친구들에겐 자꾸 방해가 됩니다.

또래에 비해 말투가 여물지 못한 지영이.

[지영이 (가명)]
<다른 친구들이랑은 어울리는 게 조금 힘들어요?>
″걔는 나쁜 애예요. 저한테 뭐라고 때리고 좀 그래요.″

할머니와 함께 사는 지영이는 언어 발달이 늦습니다.

엄마는 3년 전 세상을 떠났고, 아빠와는 연락이 끊겼습니다.

지영이가 사는 집은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45만 원, 할머니도 생계가 버겁습니다.

지영이는 미술 학원을 다니고 싶어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습니다.

[지영이 할머니]
″보내면 좋지 좋은데‥내가 보낼 능력이 있어야 보내지.″

모처럼 치과에 가는 날.

″꽉 물어보세요, 한번.″

고르지 않은 치열에 군데군데 썩은 이.

[강충규/치과의사]
″이게 다 플라그예요. 양치가 안 돼서 그런 거예요. 일종의 충치가 진행되고 있는 거예요. 다른 아이에 비해서 관리가 안 된 편이죠. 굉장히 많이 안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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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방에서 할머니와 함께 사는 8살 재훈이.

이혼한 부모는 재훈이를 낳자마자 할머니에게 떠맡겼습니다.

[재훈이 (가명)]
″(엄마, 아빠랑) 통화가 안 돼요. 엄마가 어딨는지 몰라요.″

기초생활 수급비 113만 원이 생활비의 전부입니다.

그런데, 더 두려운 게 있습니다.

재훈이가 경계선 지능 장애에 우울증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재훈이 할머니]
″나중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겁이 나서 약물치료를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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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사는 5살 수지도 할머니와 삽니다.

수지에겐 힘든 병이 있습니다.

[수지 (가명)]
″근데 할머니는 나 걱정될까 봐 놀이터 안 데려오는 것 같은데‥″
<할머니는 (수지를) 왜 걱정해?>
″아플까 봐?″

′거대 모반증′, 2만 명 중에 1명이 걸린다는 희귀질환입니다.

돌 되던 해부터 4번이나 수술받았습니다.

아빠는 집을 떠났고, 엄마는 한 번에 6백만 원씩 드는 수지의 수술비를 벌러 타지로 갔습니다.

돌봄은 오로지 할머니 몫입니다.

[수지 할머니]
″(수지는) 안 울어요. 엄마 아빠 찾을 사람도 없지만 자기가 아프다고 울면 할머니까지 가버릴까 봐‥″

일을 못 하는 수지 할머니에겐 평범한 외식도 사치입니다.

[수지 할머니]
″너무 배가 고파서 이제 무작정 그냥 식당에 들어갔어요. 밥 시킨 가격이 2만 원인데 내 통장에 1만 9천 원밖에 없는 거예요.″

′조손 가정′의 연 평균 소득은 2,175만 원.

전체 가구 평균의 절반이 안 되고, 다문화 가족이나 장애인 가구보다 낮습니다.

2005년 5만여 가구에서 2015년 세 배 가까이 급증한 조손가정은 2035년이면 더 늘어나 32만 1천 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정부 차원의 실태 조사는 2010년 한 차례가 전부입니다.

[조선미/아주대 정신의학과 교수]
″보살핌이라는 거는 성장을 촉진시켜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열악하면 적기에 적절한 자극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원래 갖고 있는 잠재력보다 발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이 있습니다.″

조손 가정의 빈곤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의 성장 모두를 멈춰 세우고 있습니다.

MBC뉴스 박소희입니다.

영상취재 : 손지윤, 강종수 / 영상편집 : 신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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