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박선진

[집중취재M] "아이 연명치료 중단 결정을 가해 부모가"‥아동학대

입력 | 2023-06-02 20:09   수정 | 2023-06-0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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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가정에서 학대받는 아동을 신속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아이를 가족으로부터 즉각 분리하는 제도가 시행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대 현장을 벗어난 이후가 더 문제였는데요.

분리만 해놓고 경제적인 지원이 없어서 아이들이 더 큰 고통에 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박선진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주택가 골목길로 구급차가 들어섭니다.

구급대원들에게 실려 나온 환자는 생후 9개월 된 아기.

영양결핍에 탈수상태였던 아이는 혼수상태가 4시간 가까이 이어진 뒤에야 병원으로 온 상태였습니다.

경찰조사결과 친모는 아이에게 분유는 커녕 극소량의 음식만 먹여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친모는 구속됐고 아이는 대전 서구청이 후견을 맡아 병원에서 지금껏 혼수상태로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17일, 병원 측에서 아이가 회복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교도소에 있는 친모에게 찾아가 연명치료 중단 동의서를 받았습니다.

병원은 현행법상 부모가 아동학대로 처벌을 받아도 친권은 있기 때문에 의료진 판단에 따라 친모에게 동의서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권지현/충남대학교병원 사회사업팀장]
″처음부터 무슨 엄마한테 치료 동의를 받고 동의서를 작성하도록 할 목적으로 간 게 아니라, 이 치료 과정에 대해서 엄마가 어느 정도 인지를 하고 계신지 그걸 확인을 해야 되고‥″

친모가 학대를 해 생명이 위독하게 된 아이의 연명치료 결정을 다시 친모의 손에 맡긴 상황이 된 겁니다.

[이종오/변호사]
″이런 경우에 대비해서는 직계 존속이라든지 아니면 친척 또는 가정법원에서 거기에 관여할 수 있는 그런 제도적인 입법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월 말, 태어나자마자 과호흡으로 대전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아이.

친모는 아이를 버린 채 달아났고 아기는 생후 보름도 안 돼 아동복지시설에 맡겨졌습니다.

[이정자/구세군대전혜생원 원장]
″선생님이 자기 아이가 쓰고 있는 그 싸개를 가지고 아이를 싸서 여기를 오게 됐어요. 그리고 달랑 옷 한 벌 가지고 왔는데 없는 거죠, 아무것도.″

정부 지원비는 하루 만 8천 원.

분유 기저귀 값만 주고 아픈 아이의 병원비는 없습니다.

검찰청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추가 지원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피해자가 미성년이라 오히려 지원비가 가해자인 부모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황정환/대전지검 수사관]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치료비가 공적 지원이 없었던 겁니다. 저희는 다른 기관에 분명히 어떤 제도적으로 지원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이런 우려 때문에 소극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실제 지원 건수는 10건이 채 안 되는데, 지난해 대전 아동학대 사건은 625건으로 전년보다 60% 넘게 증가했습니다.

MBC뉴스 박선진입니다.

영상취재: 신규호 (대전), 여상훈 (대전), 장우창 (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