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의 작은 몸은 해부학적으로 성인과 달라서 수술할 때 반드시 소아외과 전문의가 필요한데요.
소위 ′돈을 버는 과′가 아니다 보니 지원자도 없고, 남아있는 전문의 수는 이제 전국에 수십 명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런 이유로 여전히 아이들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할머니 소아외과 의사′, 박귀원 교수를 김준형 영상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 리포트 ▶
10년째 춘천과 서울을 오가는 출퇴근길.
일흔넷 할머니에겐 힘들 법도 한데요.
[박귀원(74세)/소아외과 전문의]
″처음에는 한 3, 4년만 하면 후임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피곤하면 이제 가다가 눈 감고 졸면서 갑니다.″
선생님은 많은 분야 중에 왜 유독 ′소아외과′를 선택했을까요?
″(수술받은) 아이가 건강하게 잘 살고 70, 80년을 살면 그만큼 더 받는 즐거움이 많다는 거죠.″
수술 전 아이들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는 것도 할머니 의사 선생님의 몫이죠.
″울지마~ 아이고 예뻐~″
[박귀원(74세)/소아외과 전문의]
″애들이 엄마랑 떨어져야 하고 불안하니까 얌전하게 들어가는 애는 거의 없어요. 달래서 들어가고 이렇게 되죠. 44년을 했어도 항상 처음 수술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들어가죠. 신생아 같으면 애들이 3kg밖에 안 되잖아요. 크기가 작아서 수술할 때 섬세하게 해줘야 하는 게 있죠.″
″아기 수술 잘 끝났고 회복실 갔거든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엄마″
[김민경/아린 엄마]
″한 분밖에 안 계셔서 사실 걱정을 좀 많이 했었어요. 수술 못 하게 되면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 하는 그런 상황이니까...″
″올라가서 안아줄게~″
″하나, 둘~ 하나, 둘~″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선생님의 수술을 받고 새 생명을 얻은 유진이.
[최성환/유진 아빠]
″장이 좀 썩어서 그걸 절제하는 수술을 바로 했어요. (다른 의사가) 가망성 없을 수도 있다고 힘들게 말씀하셨는데. 고맙죠. 희망 없는 걸 희망을 생기게 해줬으니까.″
[박귀원(74세)/소아외과 전문의]
″아이들이 힘들게 자기 역경을 헤쳐나가서 건강하게 지내는 걸 보는 게 제일 큰 보람이고 저희가 (아기) 환자한테 고맙게 생각하죠.″
취재·구성 : 김준형 / AD : 송승희·허예지 / 영상편집 : 조민우 / 그래픽 : 강다빈·이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