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현인아

물 폭탄 몰고 온 '중규모 대류계', 더 센 물 폭탄 온다

입력 | 2023-07-12 19:56   수정 | 2023-07-1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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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어제 이 극한호우 긴급문자가 발송된 건, 특정지역에 한 시간에 72mm가 넘는 비가 한꺼번에 내렸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비를 쏟아낸 건 하나의 폭우 구름만이 아니었습니다.

한 자리에서 줄줄이 발달하는 폭우 구름의 무리, 즉 ′중규모 대류계′가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내일 밤과 주말 사이에는 더 강력한 폭우 구름이 발달해 또다시 극한 호우가 쏟아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기후환경팀 현인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어제 오후 서울에 극한 호우가 쏟아질 당시 위성사진 영상입니다.

서해상에서 붉은색 폭우 구름이 계속 발달해 수도권을 뒤덮는 모습입니다.

기상학 용어로 ′중규모 대류계′ 즉 비교적 좁은 지역에서 직경 20-30km 정도 중간 규모의 폭우 구름이 무리를 지어 발달하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오늘 새벽에는 남해안 지방에도 출현해 천둥과 번개, 돌풍을 동반한 폭우를 퍼부었습니다.

지난해 서울 강남 일대에 쏟아진 집중호우, 이틀간 630mm의 폭우가 쏟아진 2020년 섬진강 홍수, 100여 명이 숨진 1998년 지리산 폭우도 이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중규모 대류계가 생기는 원인 중 하나는 수증기입니다.

이것은 폭우 당시 지상 1.5km 상공의 바람입니다.

붉은색은 시속 46km 이상의 강풍이 부는 ′하층 제트기류′입니다.

하층 제트기류가 막대한 수증기를 급류처럼 실어나릅니다.

북쪽에서는 상층의 찬 공기가 내려와 수증기 급류와 충돌해 중규모 대류계가 발생했고, 수증기가 식어 물폭탄으로 변하며 극한 호우를 쏟아냈습니다.

지형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서해 중부 경기만 부근을 확대해 보면 계속 비구름이 생기는 걸 볼 수 있죠.

경기만의 지형은 육지에 둘러싸인 항아리 같은 모습인데요.

이런 곳에는 많은 수증기가 모여 중규모 대류계가 쉽게 발달합니다.

[손석우/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MBC 재난자문위원)]
″하층의 강한 수증기 공급이 일단 그 지역에 1차적으로 모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지역이 충분히 불안정하다면 당연히 큰 구름이 만들어지고요.″

수증기 급류가 내륙에서 큰 산에 가로막혀도 물 폭탄이 터질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대기의 수증기가 증가해 위험한 중규모 대류계가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대기 중 수증기량이 7%씩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내일 밤부터 주말 사이에 장마전선과 더불어 더 위험한 중규모 대류계가 출현할 가능성이 큽니다.

[손석우/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MBC 재난자문위원)]
″정체전선을 따라서 더 본격적으로 수증기 대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이게 현실화한다면 작년 강남역 침수 때와 마찬가지로 아주 강력한 집중호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극단적인 폭우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MBC뉴스 현인아입니다.

영상 편집 : 이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