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은초

"지나가려면 통행료 내라"‥아스팔트까지 걷어 낸 땅 주인

입력 | 2023-10-11 20:29   수정 | 2023-10-1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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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공장들이 몰려있는 충북 청주의 한 마을인데요.

20년 넘게 사용하던 진입로가 하루 아침에 못 쓰는 도로가 돼버렸습니다.

진입로의 소유권을 가진 땅 주인이 통행료를 요구하다가 급기야 아스팔트 포장을 깨 버린 건데요.

공장 열세 곳이 가동을 하지 못해서 결국 문을 닫게 됐습니다.

김은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충북 청주시의 한 공장 밀집지역.

굴착기 한 대가 진입로에서 아스팔트 포장을 깨뜨리고 있습니다.

도로 한쪽이 금세 갈아엎어집니다.

연휴 기간 공장들이 문을 닫은 사이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노진왕/업체 직원]
″주말에 공장들이 다 쉬고 있을 때 갑자기 포클레인을 동원해서 옆에 있는 도로를 다 파손시킨 경우예요. 출근하고 나서부터는 모든 업체들의 차량이 전면통제가…″

13개 공장들이 20년 가까이 이용하던 길을 갈아엎은 건 얼마 전 바뀐 땅 주인입니다.

땅 주인은 길을 계속 이용하려면 업체당 1억 원 이상을 내야 한다고 요구했고, 공장들이 이를 거절하자 울타리를 쳐놓고 통행을 제한해왔습니다.

이에 공장들이 석 달 전 법원에 통행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는데, 결과가 나오기 전에 진입로를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우회도로가 있지만, 이곳 역시 땅 주인이 트랙터로 가로막고 있습니다.

자재 반입도, 제품 출고도 할 수 없게 된 공장들은 결국 가동을 멈췄습니다.

[김명옥/업체 이사]
″자재가 없어서 일을 할 수가 없으니까. 뭘 만들었다고 해도 나가지도 못하고 도로가 저렇게 된 상황이라…″

땅 주인은 돈을 내지 않으면 진입로 이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입니다.

[오두영/도로 부지 소유자]
″이제까지 공짜로 쓴 도로를 앞으로도 사지 않고 계속 쓰겠다? 말도 안 되는 얘기고. 적당한 가격에 협상이 들어오면 얼마든지 협상할 용의가 있어요.″

관할 지자체도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충북 청주시 서원구청 관계자 (음성변조)]
″저희가 개발행위를 법에 따라서 뭔가를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거죠. 사유지이고 불법 사항이 아니다 보니까…″

경찰은 교통방해죄가 성립된다며 땅 주인을 입건하기로 했고, 공장 주인들은 관할 지자체를 상대로 우회도로 개설을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김은초입니다.

영상취재: 김현준 / 충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