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임소정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하여‥"밤새는 미술관, 자는 극장"

입력 | 2023-11-11 20:23   수정 | 2023-11-1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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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6시간 18분.

우리나라 사람들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입니다.

조사대상 35개국 가운데 34위입니다.

대표적인 ′잠 부족′ 국가인 셈인데요.

그래서일까요? 아예 ′밤을 지새우는′ 미술관에 ′누워서 잠을 청하는′ 극장까지 등장했습니다.

주말에 만나는 문화앤톡, 임소정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금요일 밤 10시.

천정을 수놓는 오색 조명, 빠른 비트 음악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몸을 맡깁니다.

마치 클럽같은 이곳은 평소엔 늘 고요만이 감도는 곳, 미술관입니다.

평일 저녁 6시면 문을 닫지만 이날 하루만큼은 이때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최지원/관람객]
″잘 못 왔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미술관이 늦게까지 하는 날은 별로 없으니까 퇴근하면 시간이 잘 안 맞아서...″

이어지는 다도와 영화 감상,

눈이 감길 때쯤 다시 시 낭송으로 잠을 밀어내봅니다.

어차피 잠들지 못하는 밤이라면 예술로 그 자리를 채워보자는 건데요.

[김다은/관람객]
″(밤새고)오늘 아침까지 일을 하고 그래서 밤을 (또) 샐 수 있을까 싶긴 한데 생각보다 기대가 많이 돼서...″

그렇게 다음날 오전 6시...

미술관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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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과 베개를 들고 자리를 잡는 사람들.

편한 자세로 바닥에 눕습니다.

30분이 지나고...

어디선가 등장한 무용수들이 천천히 움직입니다.

무대도 객석도 존재하지 않는 이곳은 극장입니다.

3시간의 공연 동안 극장을 채우는 건 잔잔한 앰비언트 음악과 최소한의 빛, 그리고 숨소리 뿐.

깨어있는 게 익숙했던 사람들은 너나 없이 잠에 빠져듭니다.

[김기일]
″들어오기 전에는 이것저것 복잡한 생각이 많았는데 진짜 푹 잘 수 있어서 놀랐던 거 같고.″

[황수현/안무가]
″사회적인 분위기가 굉장히 경직돼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 부분을 풀어낼 수 있는 장소로서 극장을 사용하고 싶었고...″

쉬이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

어떤 이는 예술과 함께 잠을 쫓고, 어떤 이는 예술 속에서 잠을 청하며, 특별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MBC뉴스 임소정입니다.

영상취재: 한재훈,임지환/영상편집: 권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