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재욱

[제보는 MBC] 닥터헬기까지 떴는데 경찰은 왜 알리지 않았나

입력 | 2023-12-14 20:13   수정 | 2023-12-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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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멀쩡히 일을 하러 나갔던 40대 가장이 경찰차와 추돌한 뒤 숨진 사건, 그 처리 과정에서의 석연치 않은 의혹들을 어제 전해 드렸는데요.

특히 경찰차와 사고가 났는데도 가족들은 실종 신고를 할 때까지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닥터 헬기로 이송될 정도로 위급한 사고였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제보는 MBC 이재욱 기자가 추적해 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 8월 경기 용인의 한 왕복 4차선 도로에서 경찰차를 추돌한 뒤 숨진 40대 남성 박 모 씨.

연료가 떨어진 차량의 안전 조치를 위해 곡선도로에 정차한 경찰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추돌해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가족은 사고 사실은 커녕 행방도 다음날 까지 알 수 없었습니다.

경찰차와 사고가 났지만 정작 경찰이 알리지 않은 겁니다.

결국 실종 신고를 하고 나서야 중환자실에 누워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실종신고 부터 경찰이 박씨의 행방을 찾아 알려주는 데 걸린 시간은 50분에 불과했습니다.

[박소현/숨진 박 씨 누나]
″저희가 더 가슴 이 아픈 거는 뭐냐면 그래도 ′잘 가라 고생했다′ 인사라도 좀 했으면 좋겠는데 말 한마디 못하고 그냥 간 거예요.″

사고 당시 박 씨는 의식은 있었지만 동공이 풀려 있었고 대화가 원활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의식이 있으니 위중하지 않다고 판단해 박 씨를 119에 넘겼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닥터헬기에 실려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된 박 씨는 모르는 이름의 보호자 동의하에 하루 밤 사이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습니다.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 동행인의 동의하에 수술을 받을 수 있는 현행법에 따른 겁니다.

하지만 수술이 끝난 뒤에도 병원이 박씨의 상황을 가족에게 알릴 방법이 없었습니다.

권한도 시스템도 없기 때문인데, 응급실이 있는 병원마다 늘상 벌어지는 일입니다.

[남궁인/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가족을 그냥 통합으로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가장 좋은데. 경찰이 이 사람의 신원을 조회해서 우리한테 바로 알려주거나. 그거 자체가 어렵다 보니까 저희가 지금 주먹구구로‥″

박씨의 소지품은 모두 차량에 있었는데 사고 현장은 경찰이 통제중이었습니다.

결국 사고 다음날 실종신고가 접수된 뒤에야 경찰은 가족에게 박 씨의 행방을 알렸습니다.

사고자가 의식이 있다면서 이후 조치를 119와 병원측에 넘긴 경찰.

다만 경찰은 박씨를 인계하기 전 박씨에게 졸음운전 했는지를 물은 뒤 교통사고 피의자로 입건했습니다.

MBC뉴스 이재욱입니다.

영상편집 : 정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