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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환경 리포트] 엘니뇨 주의보 발령, 올여름 물폭탄·폭염 비상

입력 | 2023-04-24 07:52   수정 | 2023-04-24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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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로 쏟아지는 토사가 마을을 가로질러 급류처럼 흐릅니다.

폭주하는 토사가 집과 건물을 종잇장처럼 부수고 지나갑니다.

산등성이에서 밀려온 토사가 주택가 골목을 가로질러 들이닥칩니다.

흙탕물과 잔해물이 뒤섞인 급류에 사람도 휩쓸렸습니다.

다행히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생명을 건졌습니다.

여기서 180km 떨어진 페루의 다른 마을에도 산사태가 밀려왔습니다.

거대한 규모의 흙더미가 크고 작은 건물과 집들을 힘없이 무너뜨리며 마을을 관통합니다.

흙더미가 휩쓸고 지나간 곳은 폐허로 변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숨지거나 실종됐습니다.

페루와 인접한 에콰도르에도 살인적인 폭우와 홍수, 산사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마을을 뒤덮은 거대한 흙더미가 산사태의 규모를 짐작하게 합니다.

연초부터 이어진 폭우로 4월 상순까지 목숨을 잃은 사람은 페루와 에콰도르를 합쳐 100명이 넘습니다.

폭우와 홍수는 지금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면서 페루는 최근까지 전 국토의 절반이 넘는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페루와 에콰도르의 공통점은 적도 부근 동태평양에 인접한 국가입니다.

극단적인 폭우의 원인은 급속히 달아오르고 있는 동태평양의 수온입니다.

이것은 지난 1월 태평양의 수온인데 동쪽이 파랗습니다.

예년보다 바다가 차가운 현상, 라니냐 현상입니다.

그런데 지금 수온은 파란 바다가 사라지고 동쪽이 붉게 변한 걸 알 수 있습니다.

에콰도르와 페루는 바로 여기 있는데요.

두 나라에서 가까운 바다의 수온은 더 많이 올랐습니다.

뜨거운 바다는 많은 수증기를 공급해 물 폭탄을 퍼부을 수 있습니다.

수온이 1도 높아지면 바다가 내뿜는 수증기는 4~7%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동태평양의 수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이달 중순 엘니뇨 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이것은 2016년 초 해수면 온도인데요.

태평양 동쪽이 온통 붉은색입니다.

엘니뇨 현상인데요, 지금 동태평양은 바로 이런 모습을 향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7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엘니뇨는 강하게 발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엘니뇨가 슈퍼 엘니뇨로 발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합니다.

엘니뇨의 기준은 동태평양의 3개월 평균 수온이 0.5도 이상 웃돌 때입니다.

슈퍼 엘니뇨는 평균 수온이 2도 이상 높고 기후에 미치는 영향도 훨씬 큽니다.

기후 전문가들은 올해 출현하는 엘니뇨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엘니뇨가 기후변화의 가속 페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바다가 차가워지는 라니냐가 지구 온난화의 제동 장치라면 그 반대인 엘니뇨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는 가속 페달의 역할을 해 왔습니다.

이것은 지구의 평균 기온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지구의 기온은 꾸준히 오르고 있고 특히 지난 8년은 관측 사상 가장 더운 8년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2년은 여전히 기온이 높긴 하지만 상승세가 주춤했습니다.

그 이유는 라니냐가 만든 차가운 바다가 공기를 식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라니냐라는 제동 장치가 사라지고 엘니뇨가 출현해 기온이 급상승할 수 있습니다.

[예상욱/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
″올 여름부터 시작해서 겨울철에 엘니뇨가 발생한다고 하면, 전 지구 평균 기온이 라니냐가 발생했을 때보다 훨씬 더 올라갈 수 있죠.″

올해 지구의 기온은 관측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큽니다.

엘니뇨가 시작되기 전부터도 올해 지구의 기온은 심상치 않습니다.

유럽우주국은 지난달 전 세계의 기온이 관측 이래 2위를 기록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도를 보면 거대한 아시아 대륙과 유럽,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동부, 남반구인 남미와 호주, 남극대륙도 고온으로 달아올랐습니다.

우리나라의 3월 평균 기온은 전국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이 때문에 4월에 피던 벚꽃이 3월에 만개했고 예정된 벚꽃 축제 기간에는 벚꽃이 다 졌습니다.

꽃이 일찍 지면서 꿀벌과 과실수 등 생태계도 혼란을 겪었습니다.

여름은 어떨까요?

올해처럼 엘니뇨가 발달하는 여름철, 한반도에는 많은 수증기가 유입될 수 있습니다.

수증기를 몰고 오는 뜨거운 남풍이 불 때 폭염이 더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예상욱/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
″7월 중순 ~ 8월 중순까지 수증기 수송을 증가시키거든요. 그래서 (우리나라의) 강수량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의 만남으로 지금까지 보지 못하던 극단적인 날씨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름이 오기 전에 주변에 위험한 곳은 없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기후환경리포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