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이선영

어린이집 문 닫고 노인 시설로‥"폐업도 어려워요"

입력 | 2023-06-20 07:40   수정 | 2023-06-2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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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요즘 어린이집, 출생은 줄고 인구가 고령화하면서 정원이 줄다 못해 아예 문을 닫는다는데요.

폐업한 어린이집은 결국 요양원 같은 노인복지시설로 바뀌는 경우도 있는데,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고 합니다.

이선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경남 하동군의 재가노인복지시설입니다.

30여 명의 어르신들이 책상 앞에 모여 앉았습니다.

[박지수/사회복지사]
″모양 보시고 우리 거북이 모양부터 만들어 볼게요.″

책상 위에 놓인 그림의 모양을 보고 블록으로 따라 만듭니다.

[이정남]
″<와서 뭐 하는 게 제일 재밌으세요?>난 미술이 제일 재밌어요. 내가 일등이다.″

어르신들이 쓰고 있는 교구는 지난해까지 어린이들이 쓰던 교구였습니다.

20년 동안 줄곧 어린이집이었던 이곳은 원생이 줄면서 지난해 재가노인복지시설로 업종을 변경했습니다.

[장정욱/가족사랑 어르신유치원장]
″젊은 사람들은 직장과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도시로 이사를 가면서 3, 4년간 정원이 미달됐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 같아서 (변경하게 됐습니다.)″

새싹반, 귀염둥이반, 행복한반이었던 교실은 어르신들이 밥을 먹고 신체활동을 하는 생활실로 바뀌었습니다.

그나마 이 시설은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한때 원생이 100명에 이르던 이 어린이집은 현재 원생이 5명뿐입니다.

노인복지시설로 업종을 변경하려고 해도 시설 설치비용이 만만치 않아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폐업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어린이집과 같이 공익 목적의 사회복지법인은 운영을 포기하면 해당 자산이 모두 국가로 환수됩니다.

때문에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면서 버티고 있는 실정입니다.

[주수현/어린이집 원장]
″마음대로 해산할 수도 없고, 노인시설로 바꾸려면 시설 개조 비용도 너무 많이 들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최근 4년 사이 전국적으로 문 닫은 어린이집은 6천 곳, 반면 같은 기간 노인시설은 8천 곳 정도 늘었습니다.

MBC뉴스 이선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