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강나림

"마법 같은 생존기" 뉴욕 사로잡은 수리부엉이

입력 | 2024-02-04 20:16   수정 | 2024-02-0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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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미국에서는 1년 전 뉴욕의 동물원을 탈출한 수리부엉이가 화제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복잡한 도시인 뉴욕에서 부엉이가 살아남을 거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도심 곳곳에 출몰하는 부엉이의 동화 같은 장면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강나림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 비상계단.

수리부엉이 한 마리가 황금색 눈을 깜박이며 앉아 있습니다.

이름도 있습니다. 플라코입니다.

″저희 집 비상계단에 수리부엉이 플라코가 앉아있습니다. 건강해 보여요. 정말 멋집니다.″

센트럴파크 동물원에 살던 플라코는 작년 2월 누군가가 우리에 구멍을 뚫어주면서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일주일 만에 공원에서 쥐를 잡아먹는 모습이 목격되더니 몇 개월 뒤엔 아파트 창문에서 사람과 눈을 마주치기도 하고,

″너무나 아름답네요‥앉아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요.″

도심 한복판 횡단보도에도 등장하며 맨해튼 곳곳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재클린 에머리/ 야생동물 사진작가]
″사람들은 플라코가 살아남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잘 성장해서 맨해튼 전체를 자기 집처럼 능숙하게 다니고 있습니다.″

날개를 펼치면 2m에 달하는 거대한 수리부엉이가 뉴욕 도심에 출몰한다는 신비로운 목격담이 SNS를 통해 공유되기 시작했고, 1년 만에 플라코는 유명인사가 됐습니다.

[데이비드 레이/야생동물 사진작가]
″마법 같아요. 이런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런 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정말 좋습니다.″

급기야 플라코를 붙잡지 말아달라는 뉴욕 시민들의 청원 운동까지 벌어지면서 결국 동물원은 포획 시도를 중단했습니다.

동물원 좁은 우리에 13년을 갇혀있다가 스스로 사냥하는 법을 터득하며 뉴욕에서 자유를 찾은 수리부엉이의 생존기에 응원과 환호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재클린 에머리/야생동물 사진작가]
″플라코는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살아남았습니다. 많은 사람들, 특히 뉴욕 시민들이 그 생명력 때문에 공감대를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원을 탈출한 부엉이가 도심에서 살아남아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지만 그만큼 살기 팍팍한 도시인 뉴욕을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뉴욕에서 MBC뉴스 강나림입니다.

영상취재: 안정규 (뉴욕) / 영상편집: 김관순